[홍성민의 보석本色] 오팔‥ 햇빛 오래쬐면 갈라지고 빛바래

얼마 전 뉴욕 매디슨가에 있는 나의 보석 갤러리 애족(ejoque)으로 중년의 미국 신사가 찾아왔다.오랫동안 사랑해온 여인에게 특별한 오팔 브로치를 선물하고 싶다고 했다.방향에 따라서 갖가지 색으로 빛나는 오팔의 빛깔이 자신의 사랑을 표현하는 것 같다면서.무지개 빛을 연상시키듯 아름다운 색깔을 간직한 오팔은 '큐피드(Cupid)의 돌'이란 별칭을 갖고 있다.희망,충성,인내,행운,그리고 이들이 모두 결합해야 이뤄질 수 있는 영원한 사랑을 상징한다.오팔이란 이름은 '귀한 돌'이라는 그리스어의 오팔리오스(Opallios)에서 유래했다.

빨강,파랑,초록,노랑 등 오팔이 보여주는 무지개 빛은 어떤 보석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특별함이다.이런 오팔의 특별한 광채를 흔히 '색의 유희(play of color)'라고 하며 최상품의 오팔은 '프레셔스(precious) 오팔' 이란 이름으로 다이아몬드 못지 않은 가치를 갖고 있다.일반적으로 오팔은 바탕색을 기준으로 유색 효과가 얼마나 나는지를 가산해 가치를 평가한다.바탕색에 따라 보통 네 종류로 나뉘는데 첫 번째가 화이트 오팔이다.백색 또는 유백색의 엷은 색조를 띠는데 산출량이 가장 많고 시중에서 구입하기도 쉽다.두 번째는 블랙(black) 오팔로 회색 또는 검정색 또는 짙은 청색의 어두운 바탕에 아름다운 무지개색을 띤 유색효과가 뛰어나다.그 희소성 때문에 오팔 중에서 최고로 친다.세 번째는 워터(water) 오팔,또는 젤리(jelly) 오팔이다.이름 그대로 투명하거나 그에 가까운 투명도 속에 생생하게 빛나는 유색효과를 보여준다.멕시코에서 많이 산출돼 멕시코 오팔이라고 불리기도 한다.네 번째가 파이어(fire) 오팔이다.마치 '타는 불꽃' 같은 불빛 바탕색을 보인다고 해서 이름 붙여졌다.특별한 유색효과는 없지만 산출량이 적어 가치가 매우 높다.

서양 사람들은 빨강이나 주황색이 강한 오팔을 선호하는 데 비해 우리나라 사람들은 청색이나 녹색의 불빛이 화려한 오팔을 선택하는 경향이 짙다.시원하고 부담스럽지 않는 것을 좋아하는 성향 때문인 듯 싶다.그러나 최상급의 오팔일수록 적색,청색,녹색 등 세 가지 이상의 색깔이 분명하게 드러나야 한다.또 얇게 연마된 것보다는 두껍게 연마된 오팔이 가치 보존도 면에서 높게 평가된다.

이처럼 아름다운 오팔의 최대 단점은 보석 자체에 수분이 3∼10% 정도 함유돼 있기 때문에 수분이 증발하면 갈라지고 유색의 효과가 떨어진다는 점이다.그러므로 강한 직사광선에 오래 노출시키지 말고,강한 열기도 피해야 한다.보통 보관할 땐 조명 아래나 건조한 곳만 피한다면 그다지 문제는 없다.

보석 디자이너 ejoqueH@jewelbutt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