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렌딩 방식'의 원조 獨 KfW는‥정부 100% 지분…운용은 민간서

다소 생소한 이름의 독일 KfW(부흥금융기구)가 주목받고 있다.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이곳을 벤치마킹해 중소기업 금융지원 체계를 개편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어서다.인수위는 특히 KfW의 자금 지원 방식인 '온 렌딩(on-lendingㆍ轉貸) 방식'을 도입하기로 해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자산 3600억유로 금융그룹기업은행 산하의 기은경제연구소는 최근 독일 KfW(Kreditanstalt fur Wiederaufbau)에 대한 소개 자료를 내놨다.

KfW는 1948년 11월 출범했다.제2차 세계대전 직후 미국 주도 아래 만들어진 유럽 재건 프로그램(European Recovery Program)의 일환으로 만들어졌다.근거 법률은 '보험 및 신용기관 재건법'이다.KfW는 지분을 100% 독일 정부가 갖고 있다.80%는 연방정부,20%는 주정부가 소유하고 있다.

KfW의 구조는 금융지주회사처럼 돼 있다.KfW 아래 중소기업은행 육성지원은행 IPEX은행 개발은행 등 4개의 은행이 자회사로 포진해 있다.이 가운데 육성지원은행은 한국의 산업은행 및 주택금융공사,IPEX은행과 개발은행은 수출입은행과 업무가 비슷하다.2006년 말 자산은 3600억유로(약 500조원)에 이른다.종업원은 3600여명.100% 정부 은행인 한국산업은행과 비교하면 자산은 4배에 이르지만 종업원은 1.5배에 그칠 정도로 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정책금융기관인 만큼 독일 금융감독원의 감독 대상에서 제외돼 있지만 유동성 등과 관련해 엄격한 법 적용을 받고 있다.이윤이 발생해도 소유주인 정부에 분배를 하지 않으면 증자 또는 대출 확대에 활용한다.

◆운용은 철저히 민간 위탁

KfW는 운용 재원을 대부분 채권 발행을 통해 조달한다.독일 정부가 상환을 보증함으로써 신용등급이 독일 정부와 같은 AAA다.이에 힘입어 저금리 조달이 가능하다.2006년 말 기준으로 채권 발행 규모가 유럽 내에서 6번째에 이른다.

이렇게 마련한 재원은 중소기업 지원,주택사업 지원,SOC 구축,수출금융,프로젝트 파이낸싱,제3세계 지원 등의 공공적 목적으로 지출된다.특이한 점은 자금 집행을 100% 민간에 위탁하고 있다는 것.조태근 기은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KfW 임직원들은 하나같이 '우리는 시장을 모른다.그렇기 때문에 시장을 잘 아는 민간에 운용을 맡긴다.정책금융기관이기 때문에 민간 금융회사와는 경쟁하지 않는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자금 집행 경로는 크게 두 가지.대출은 민간 은행을 통해 집행한다.지분 참여 등 투자는 벤처캐피털을 통해 이뤄진다.대출과 투자 심사 때 KfW는 일절 관여하지 않는다.KfW는 실적을 봐가며 운용회사를 결정하고 난 뒤에는 손을 떼는 것이다.

KfW는 대신 중소기업 등에 정보를 제공하고 컨설팅을 해줌으로써 측면 지원하는 역할을 담당한다.창업 M&A(인수ㆍ합병) 자본 참여 등 초기 단계는 물론 사업 확장,현대화 등 성장 단계와 연구 개발 등 기술혁신까지 종합 컨설팅해주고 있다.

더불어 시장 친화적 수단을 통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산업 구조조정도 촉진시키고 있다.

전문가들은 인수위가 중소기업 정책금융기관으로 KIF(코리아인베스트먼트펀드)를 만들기로 하고 온 렌딩 방식을 도입하기로 한 것은 KfW의 핵심을 벤치마킹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다만 온 렌딩 방식 아래에선 대출과 투자에 따른 모든 책임을 민간 금융회사가 지기 때문에 자금이 우량 중소기업에만 집중되고,성장 가능성은 있지만 영세한 기업이나 소상공인 등은 배제될 수 있는 한계도 동시에 안고 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이 때문에 인수위와 차기 정부는 앞으로 이런 점을 집중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하고 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