氣죽은 한국화, 해외시장 뚫는다

국내 미술시장에서 서양화 작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외 당했던 한국화(한지 또는 비단 위에 먹이나 천연 채색재료,안료,돌가루,아크릴 등을 사용해 제작한 그림) 작가들이 해외시장에 속속 진출하고 있다.

최근 미국 독일 프랑스 등의 화랑들이 유망 한국화 작가들의 개인전을 열어주거나,작가들이 직접 해외 아트페어를 공략하는 사례가 부쩍 늘었다.올 들어 김덕용을 비롯해 송수련 차명희 백순실 이숙진 이정연 정종미 김근중 유근택 최예빈 이승철 김춘옥 김지연 박명선 박필현 오경미 이은숙 이숙진 임종두 한상임 신지민 오정미 이현영 장은우 정보연 주 희 최정선 김현하 송혜림 선호준 양혜정씨 등 100여명이 프랑스 스페인 미국 중국 일본 싱가포르 등지에서 열리는 아트페어에 참가하거나 화랑,미술관에서 '러브콜'을 받고 전시를 준비 중이다.

동산방화랑의 박우홍 대표는 한국화 작가들의 해외시장 진출에 대해 "작품성에 비해 가격이 저렴한 데다 서양화의 미감과는 또 다른 기법과 소재가 참신해 외국 미술애호가들이 이들의 작품을 눈여겨 보기 시작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줄잇는 전시=민화를 차용한 꽃그림으로 주목받는 김근중씨는 오는 9월 일본 나고야 겐지다키갤러리에서 개인전을 갖는다.'붓꽃'시리즈 100호 이상 대작 20여점을 호당 30만원에 전시 판매한다.

김덕용씨는 4월17~30일 영국 아이뮤갤러리,11월 일본 도쿄 겐지타키갤러리에서 작품전을 연다.

한옥의 대문,문짝 등 낡은 목재 배경에 인물을 그려넣는 그는 '한국미에 관한 물성과 회화성'을 담은 작품 20~30점씩을 선보인다.2001년 '이중섭미술상'을 받은 정종미씨는 4월 중 뉴욕 버밍햄 티나유턴갤러리에서 천연안료로 한지나 천에 전통산수화와 여인을 그린 '종이부인''보자기 부인'시리즈 20여점을 전시한다.

한지에 아크릴 작업을 하는 차명희(도쿄 고바야시갤러리ㆍ15점),장혜용(도쿄 이오타갤러리ㆍ20여점),송수련(베네수엘라 아스카소 갤러리ㆍ20여점),장상의(난징예술대학 미술관ㆍ30점),이숙진(파리 미리암갤러리ㆍ20여점)씨 등도 연내에 작품전을 갖는다.

한국화 작가들이 스위스 제네바 아트페어,프랑스 파리 아포니아미술제,홍콩 국제아트페어 등 세계적인 미술장터에도 대거 참가해 해외 작가들과 경쟁을 벌인다.정광희 김춘옥 이숙진 임종두 김선자 박명선씨는 오는 4월 말 스위스 프라레스포에서 열리는 유로아트 제네바 아트페어에 참가한다.

또 오는 5월21~25일 중국 선양 랴오닝성미술관에서 펼쳐지는 한ㆍ중예술박람회에는 20~40대 한국화 작가 25명이 100여점을 들고 나간다.

아크릴ㆍ유화물감ㆍ철가루ㆍ돌가루 등 서양화 재료와 기발한 아이디어로 무장한 '퓨전 한국화'작품들이 중국시장에서 독창성을 인정받을지 주목된다.

고찬규 김지연 박명선 박필현 오경미 이은숙 이숙진씨 등 20~50대 작가 25명 역시 7월 프랑스 아포니아 미술기획전에 참가한다.

◆전망=한국화의 한류 바람이 더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국내 한국화 작가들이 해외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낼 경우 해외 미술관과 화랑 전시가 급증하고 세계적인 미술 디렉터와 큐레이터의 한국화에 대한 재평가도 이뤄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변화는 10여년 동안 침체에 빠진 한국화 시장에 새로운 활력소로 작용할 전망이다.퓨전한국화 전문화랑인 한국미술센터의 이일영 대표는 "작년까지만 해도 외국 컬렉터층이 많지 않아 해외시장에 작품을 내 놓는 것 자체가 모험이었는데 의외의 러브콜이 어어지고 있다"며 "한국화에 대한 수요층이 넓어지고 있다는 신호"라고 말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