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성장동력 찾는다] (5) 강원권 ‥ 속초ㆍ동해~울산까지 '환동해 경제벨트' 구축


강원도가 제주도와 함께 특별 광역경제권으로 설정되자 현지에선 이를 크게 반기는 분위기다.

이제야 강원이 하나의 광역단체로 제대로 대접받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안도감 때문이다.하지만 전도가 밝은 것만은 아니라는 신중론도 조심스럽게 대두되고 있다.

새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가 지역 간 상생경쟁을 통한 효과 극대화에 치우칠 경우 기반 여건이 잘 갖춰져 있지 않은 강원이 오히려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 경우 산업시설 및 사회간접자본(SOC) 유치를 놓고 인구 500만명 이상인 5대 광역경제권,관광분야에선 제주와 힘겨운 경쟁을 벌여야 한다.따라서 광역경제권 지원의 척도가 될 '광역 경제권 발전특별법(가칭)'의 내용들이 강원의 미래를 좌우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최근 강원도청에서 열린 '강원권 지역경제활성화를 위한 좌담회'에서도 이 같은 기대와 우려가 교차했다.

◆김태철 차장=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낙후된 강원이 제주와 더불어 특별 광역경제권에 편입됐습니다.수도권,호남권,동남권(부산ㆍ울산ㆍ경남),대경권(대구ㆍ경북)등 5개 광역경제권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것 같습니다.

◆서덕석 교수=인접한 수도권,경북 북부와 같은 경제권으로 묶였다면 강원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기 어려웠을 겁니다.

바야흐로 강원이 장기적인 비전을 갖고 지역 개발에 나설 수 있게 된 것이지요.하지만 '5+2 광역경제권'구상에 대한 정보가 충분치 않아 결과를 속단하긴 어렵습니다.

새 정부가 내놓을 '광역경제권발전특별법(가칭)'을 염두에 두고 철저히 준비해야 합니다.

정부가 지역적 특성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고 광역별 프로젝트를 모아 기계적으로 효과성을 측정,사업 우선순위를 매긴다면 다른 지역에 비해 인구가 적고 살림살이가 열악한 강원도는 오히려 더 큰 피해를 입게 됩니다.

◆김대기 부지사=좋은 지적입니다.

도는 이를 미연에 막고 새 정부의 공정한 의사 결정을 유도하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최근 '강원 동해안발전추진단'회의를 열고 작년에 공포된 '동해안권 발전특별법'의 후속 조치로 중ㆍ장기 동해안발전종합계획 수립을 논의한 것도 이 같은 이유입니다.

새 정부의 광역경제권 전략의 핵심인 광역별 특성화산업 육성과 관련해 생물산업과 신소재산업,방재산업 등을 첨단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한 것이지요.

◆서덕석 교수=현 정부는 지역균형 발전을 이루는 데 대단히 산술적인 계산을 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상당히 구체적입니다.

지역 경쟁력을 먼저 분석한 뒤 그것에 맞는 지역 발전 전략을 수립하려는 것 같습니다.

따라서 보다 큰 그림을 그리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단순히 우리 지역의 숙원 사업이 무엇이고 이것이 이뤄져야 강원도가 발전할 수 있다는 식의 제안은 오히려 역효과를 냅니다.

◆송낙헌 연구위원=강원도가 환동해 시대를 주도하기 위해서는 보다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접근이 요구됩니다.

동해를 둘러싼 주변 지역이 빠르게 변하고 있지만 재원 부족 등으로 도가 동해안 발전 전략을 완벽하게 실현시키기에 어려움이 없지 않았습니다.

새 정부의 광역경제권 구상에 맞춰 '강원 동해안 발전 추진단'회의를 열어 생물산업,신소재 산업,방재산업 관련 투자 진흥지구를 지정하려는 움직임은 시기적절한 것 같습니다.

이 기회에 동해를 중심으로 한 강원 동해안권은 물론 영남의 포항 울산까지 아우르는 거대한 환동해경제특구 구상을 구체화해야 합니다.

이곳을 러시아와 일본을 연결하는 국제적인 산업 및 무역단지로 만들어야 강원도에 승산이 있습니다.

특히 동해와 삼척 등 강원 동해안은 러시아에서 생산되는 가스를 일본으로 수송하는 거점으로 발전할 최적의 조건을 지녔습니다.

◆김태철 차장=정부의 로드맵을 감안,세밀한 전략을 세우고 이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도 정부의 관심과 지원을 유도하는 것이 관건입니다.

◆김익수 교수=여러 도의 이해관계가 걸린 문제는 어느 한 지자체가 독자적으로 일을 해 나가기보다 힘을 모아 공동으로 대처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입니다.

동해안 발전 추진단의 역할을 주목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중요한 점은 철저히 후속 조치를 검증하고 새로운 제안을 내놓아야 합니다.

실제로 동해안을 발전시키기 위한 회의는 이전에도 수없이 열렸으나 이렇다 할 결실을 거두지 못했다는 지적이 많은 게 사실입니다.

◆김대기 부지사=지역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자세도 달라져야 합니다.

강원도는 새 정부의 '5+2 광역경제권'구상에 맞춰 다른 지역과의 상생을 도모할 준비가 돼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가 사업 우선순위를 결정할 때 이전과 같이 학연ㆍ지연과 정치적인 이유 등으로 투명하지 못한 의사결정을 내린다면 강원도엔 희망이 없습니다.

국회의원 수가 다른 지역에 비해 너무 적어 늘 밀리기 때문입니다.

정부가 투명 시스템으로 간다면 강원도는 발상 전환을 통해 적극적으로 정부에 각종 제안을 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김태철 차장=공동의 이익을 위해 다른 시ㆍ도와 협력하는 모델은 바람직합니다.

이에 앞서 강원도민의 역량을 한데 모으는 것도 중요한 것 같습니다.

일부에서는 춘천 강릉 원주 등 3개 중심 도시의 이해관계를 통합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송낙헌 연구위원=작년에 민ㆍ산ㆍ학ㆍ 연ㆍ관이 참여하는 4개 상설 포럼이 구성돼 강원지역 발전의 총화를 모으고 있습니다.

'강원 4대포럼'은 '강원경제포럼''강원복지포럼''강원환경포럼''한국DMZ평화포럼'입니다.

도의 현안을 다루는 각 포럼은 전문가 워크숍 형태로 진행되는 분기포럼과 전문가 간담회 또는 워크숍 형태로 월 1~2회 개최되는 수시포럼으로 나눠 진행되고 있습니다.

포럼의 연구성과는 연 2~4회 자료집으로 발간돼 소중한 정책자료로 쓰이고 있습니다.

◆조경래 대표=강원도민들의 열린 사고도 필수조건입니다.

강릉 원주 춘천이 서로 간의 경쟁에만 치중하지 않고 일본과 중국의 대도시와 경쟁하려는 모습을 보여야 합니다.중앙정부가 지방정부에 적절한 권한을 이양하는 것뿐만 아니라 강원도민들도 개방적인 사고로 무장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정리=이재철 기자 eesang6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