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설의 '경영 업그레이드'] CEO의 생각 휴가

한 직원이 가만히 앉아있다.

뭘 하는 것일까.정신이 나간 사람이 아니라면 무엇인가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관리자의 눈에는 어떻게 보일까.

아무 것도 안하고 노는 사람으로 보인다.'생각'에 대한 우리의 시각은 이렇게 왜곡돼 있다.

창조경영과 창의력이 키워드가 되고 있는 시절임을 생각하면 아이러니다.

생각을 해야 아이디어가 나오고,그 과정에서 창의력이 높아지는 것이다.뉴턴에게 어떻게 만유인력을 발견했느냐고 묻자 그는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내내 그 생각만 했다."

세계적 혁신 기업 3M이 연구원들에게 15% 규칙을 적용하는 이유는 바로 창의성을 높이기 위해서다.근무시간의 15%는 반드시 자기 일과 관련 없는 것에 시간을 쓰도록 하고 있다.

구글에선 이 규칙이 20%로 상향 조정됐다.

일정한 시간을 반드시 '딴 생각'을 하게 만드는 것이 창의력에 도움이 되는 이유도 바로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20세기 직장의 화두는 일 열심히 하기,즉 '워크 하드(work hard)'였다.

20세기 말 정보통신이 발달하고 지식산업이 증가하면서는 이 화두가 영리하게 일하기,즉 '워크 스마트(work smart)'로 바뀌었다.

그러나 이것으로도 부족하다.

이제는 이것이 열심히 생각하기, 즉 '싱크 하드(think hard)'로 바뀌고 있다.

생각이 승부를 결정짓는 시대가 온 것이다.

생각은 이미 경영에 도입돼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회장은 1년에 두 차례 혼자 외딴 별장에 가서 '싱크 위크(Think Week)'를 갖는다.

가족도 데려가지 않고 특별한 운동도 하지 않는다.

그냥 생각만 한다.

인터넷 브라우저 익스플로러,온라인 비디오 게임 등 굵직굵직한 아이디어들이 바로 이 '생각 주간'에서 나왔다.

게이츠 회장만 그런 것이 아니다.

MS의 임원들도 싱크위크를 갖게 돼 있다.

생각할 주제를 미리 제출하고 그 생각에 몰입하다 온다.

1주일 생각한 결과를 공개해야 하고 다른 임원들이 평가까지 한다.

생각의 가치를 알고 활용하는 문화가 정착돼 있다는 얘기다.

최근 국내에서도 화제가 된 일본의 미라이 공업. 이 회사는 세 달에 열흘씩 휴가가 있고,샌드위치데이는 무조건 놀며,5년에 한 번은 전직원들이 해외여행을 함께 떠난다.

쉬고 싶을 때는 언제든 쉬어도 된다.

직원들에게 천국 같은 이 회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놀라운 성과를 올리고 있다.

동종업계 시장점유율 1위,매출 2500억원,평균경상이익률 15%라는 성적표가 그렇다.

그렇다면 직원들을 신나게 놀게 하면서도 놀라운 성과를 올리는 비결은 무엇일까.

바로 생각이다.

아이디어를 낼 때마다 현금으로 즉석 보상하고, 놀더라도 '생각'하면서 놀게 하는 게 중요한 포인트다.

이 회사의 슬로건은 '항상 생각한다'이다.

생산품의 98%가 특허제품이고 그 가운데 10개가 시장 1위 상품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경영이란 현재의 자원을 활용해 최대한의 성과를 올리는 활동이다.

그런 점에서 직원들의 '생각하는 능력'은 가장 발휘되지 않은 잠재력 가운데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직원들을 위한 '생각 휴가'를 고려해볼 시점에 온 것 같다.

내일이면 2월이다.

짧은 2월에 사실상 5일짜리 휴가인 설날연휴가 끼어 있다.이번 연휴를 미래 구상을 혼자 다듬는 '싱크 위크'로 꼭 만들어보시길!


권영설 한경 가치혁신연구소장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