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자부가 100억 지원한 기술이 사기라니…" ‥ 플래닛82 대표 구속

검찰이 '고감도 나노이미지센서칩'을 개발했다는 허위공시로 주가를 조작해 막대한 시세차익을 올린 혐의(증권거래법 등 위반) 등으로 코스닥 상장업체인 플래닛82 대표 윤모씨(48)를 30일 구속했다.

이 기술은 정부가 약 100억원의 개발 지원자금을 지원한 것이어서 정부의 연구개발(R&D) 예산 지원 검증이 너무 부실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산업자원부는 특히 2005년 11월 열린 신기술 시연회에 기자들의 참석을 적극 유도해 정부 지원을 받아 최첨단 기술이 개발되는 성과를 거뒀다는 점을 집중 홍보했다.


◆주가조작,358억원 부당이득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1부(부장검사 강찬우)에 따르면 윤씨는 2003년 12월 산업자원부 산하 전자부품연구원(KETI)으로부터 나노이미지센서칩 기술을 50억원에 이전받아 칩 개발에 나섰다.하지만 이 칩이 어두운 곳에서도 선명한 촬영이 가능하지 않다는 점을 확인하고도 '빛이 거의 없는 저조도에서 플래시 없이 촬영이 가능하며 카메라폰 등에 적용하면 2005년 분기별 매출 전망이 총 218억원에 달할 것'이란 허위공시를 내고 주가를 끌어올린 혐의를 받고 있다.

윤씨는 2005년 서울시내 호텔에서 '세계 최초 개발' '500배 이상 감도' '3개월 내 양산 가능' 등의 내용이 기재된 산자부 보도자료 등을 배포하는 한편 다른 카메라들에만 적외선 차단 필터를 장착해 상대적으로 자사 제품이 우수한 것처럼 보이도록 속여 시연회를 가졌다.

그 결과 플래닛82의 주가는 2005년 당시 1650원에서 4만6950원으로,시가 총액은 200위에서 4위로 뛰어올랐고 윤씨는 2005년 11월부터 2006년 4월까지 차명 보유 주식 427만주를 팔아 358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챙겼다고 검찰은 밝혔다.윤씨는 이 밖에도 100억여원을 차명계좌에 은닉하고 플래닛82 유상증자시 가장납입을 한 혐의도 받고 있다.

윤씨는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증권거래법 위반)로 불구속기소돼 2006년 10월 서울중앙지법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고 현재 항소심을 진행하고 있다.

◆기술 이전 업체 평가도 부실

산자부는 이번에 문제가 된 나노이미지센서 기술에 2001년부터 2006년까지 매년 16억~20억원씩 총 100억원 정도를 지원했다.KETI가 플래닛82에 기술을 매각한 게 2003년 말인 만큼 기술매각 후에도 지원을 계속한 셈이다.하지만 기술력 수준이나 플래닛82 현황 등을 제대로 검증했는지 의문이다.

게다가 삼성전자 파나소닉 소니 등 전자메이커들은 이 기술 개발 초기 단계부터 이론적으로 가능하지만 실제로 불가능하다며 실용화 가능성이 거의 없는 것으로 평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지원 대상인 플래닛82의 자금력 경영현황 등에 대한 파악도 부실하기 짝이 없었다.검찰에 따르면 플래닛82는 2004년 유상증자 시 사채업자로부터 빌린 19억9000만원을 변제하지 못해 매달 5700만원 정도를 이자로 지출하고 있는 데다 매달 3억~5억원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었다.


◆연구원 직원도 억대 차익 의혹

KETI의 윤리성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플래닛82의 윤 대표뿐 아니라 KETI 소속 직원 6~7명도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억대 차익을 챙겼다는 의혹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플래닛82에서 2005년 11월 기술시연회와 공시 등이 있을 것이라는 정보를 미리 알고 주식을 대량 매집해 주가가 폭등한 뒤 팔아 수억원대의 차익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또 기술 매각 대금의 절반가량은 KETI 연구원들에게 돌아갔다.KETI 측은 "신기술을 개발한 것은 사실이고 양산화에 실패한 것일 뿐"이라며 "이번 사건에 대해 연구원 입장에서 할 얘기가 없다"며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정재형/문혜정 기자 j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