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親朴의원 35명 집단탈당 시사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회가 당헌ㆍ당규대로 뇌물ㆍ불법정치자금 수수자를 4·9총선 공천에서 배제키로 결정한 것을 놓고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 측과 박근혜 전 대표 측 간의 갈등이 정면 충돌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특히 강재섭 대표가 불만을 표시하며 업무 보이콧에 들어간 가운데 박 전 대표측 의원 35명이 "(탈당을 불사하겠다는) 김무성 최고위원과 뜻을 같이하겠다"고 집단탈당 가능성을 시사하며 '무력시위'에 나섰다.김무성 최고위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공심위 결정이) 정치보복이고 토사구팽"이라며 "한번도 당적을 바꾼 적이 없는데 당에서 쫓아내니 당적을 버릴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탈당 가능성을 시사했다.

김 최고위원은 "지난 24일 강재섭 대표와 이방호 사무총장,그리고 자신이 3자 오찬 회동을 갖고 친박인사들이 공천과정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한다는 합의를 봤다"며 "강 대표와 이 총장은 그때 내 공천을 배제하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얘기했다"고 밝혔다.

그는 1996년 5월 공용주파수통신 사업자로부터 2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벌금 1000만원과 추징금 20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은 탓에 당헌ㆍ당규가 엄격하게 적용되면 공천신청 자체가 불가능해진다.친박(親朴)계인 이혜훈 의원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친 박계 의원들이 모여 김무성 최고위원과 정치적 운명을 같이하기로 뜻을 모았다"면서 "27명이 회의에 참여했고,모임을 가졌다는 연락을 받고 8명이 전화로 이름을 넣어달라고 해 도합 35명이 됐다"고 밝혔다.

박 전 대표 역시 "(공천신청 자격의) 적용기준 자체가 모호하다"면서 "누구는 되고,누구는 안 되고 입맛에 맞춰서는 안 된다"고 단호한 입장을 피력했다.

공천갈등이 심각한 양상을 보임에 따라 강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 불참했다.그는 전날 밤 거취문제까지 거론한 데 이어 당분간 당무에 간여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 문제를 잘 풀라'는 친이 진영에 대한 압박이다.

지난해 6월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도 경선규정과 관련한 당내 갈등이 빚어지자 대표직을 걸었던 그였기에 이번 상황도 그만큼 심각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강 대표의 한 측근은 "공심위의 결정은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과 박근혜 전 대표가 합의한 공정공천의 원칙을 벗어난 것으로 강 대표는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친이(親李)계인 이방호 사무총장은 "공심위 결정사항은 다수 의견으로 의결된 것으로 당헌ㆍ당규대로 한다는 것"이라며 "공심위는 당헌ㆍ당규를 뛰어넘는 것을 할 수가 없다"고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양측이 벼랑끝 대결을 펼치고 있지만 막판 타협의 가능성은 열려 있다.

친이계의 원로로 이 당선인의 친형인 이상득 국회 부의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공심위 결정은 존중하나 집행과정에서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해 적극 중재할 뜻이 있음을 내비쳤다.김형오 인수위 부위원장 역시 "당 분열이 가속화돼선 안 되고 봉합이 필요하다"고 중재를 시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