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외 해결로 경제인구 늘려야"

금융 소외자들에 대한 새 정부의 신용 회복 지원 대책은 시장 실패를 보완한다는 취지에서 경제적 효과를 극대화하는 쪽으로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양준호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31일 한국경제신문 다산홀에서 한경이 주최하고 우리은행이 후원한 '금융 소외자를 위한 신용 회복 지원 방안' 세미나에서 이같이 말했다.그는 "고금리 사채 및 연체금 재조정은 기존의 고금리에 의한 빈곤의 악순환을 줄일 수 있고 신용불량기록 삭제를 통한 신용 회복으로 취업 등 재기의 기회를 준다"며 "정상적인 경제활동 인구를 늘려 경제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효과를 거둘 것"이라고 강조했다.

새 정부의 신용 회복 대책에 대해 양 교수는 "기존의 신용 회복 정책이 희망모아 배드뱅크,신용회복위원회 등 신용불량자의 숫자를 줄이는 데만 초점을 둔 데 반해 새 정부의 대책에는 고금리 사채 부담 경감이 포함됐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새로운 재정을 투입하면 사회적 위화감이 더 커질 수 있는 만큼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의 부실채권정리 기금 잉여금 5조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현재 캠코 잉여금,휴면 예금 및 휴면 보험금,생보사 상장 차익,정부 보조 등을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양 교수는 구체적인 지원 대상과 방법에 대해선 "720만 금융 소외자 중 금융채무 불이행자와 고금리 사채 이용자를 우선 구제하는 게 효과적이다"며 "연체 채권 및 정상적인 고금리 대부업체 채권은 채권 매입 후 재조정하고 무등록 고금리 사채는 채무 신고 및 실태 조사를 한 이후 신중하게 조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자로 나선 이종수 사회연대은행 상임이사는 "신용회복 대책을 추진하기 전에 금융 소외계층에 대한 면밀한 실태 조사가 선행돼야 한다"면서 "금융 소외계층을 '도덕적해이 계층' '신용도는 낮지만 돈을 갚을 수 있는 계층' 등으로 분류해 신용 상태에 따라 상이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권영준 경희대 국제경영학부 교수는 금융 소외자를 재활하게 하는 금융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이를 위한 공정한 채권 추심제도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또 김관기 변호사는 "신용 회복은 채무자의 채무를 실질적으로 줄여줘야 한다"며 "금융기관이 집행하는 주택자금대출,학자금대출에 있어서도 차별받지 않도록 세심하게 배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도 시행에 따른 도덕적해이 문제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았다.박창균 중앙대학교 경영대 교수는 "신용 불량자와 신용 회복 지원 대상자의 연체 기록 삭제는 소비자 금융시장의 근간을 흔들 수 있을 정도로 파괴력을 가진 정책"이라며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다.또 안순권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금융 소외자를 어떤 형태로든 구제해야 한다는 데는 원칙적으로 동의하지만 채무자 간 형평성과 도덕적 해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황경남 기자 knh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