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이명박 특검 파장 분위기

"수사는 탄력이 붙은 상태입니다.결코 난항을 겪고 있는 게 아닙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과 관계된 각종 의혹을 수사 중인 정호영 특별검사 팀의 김학근 특검보의 얘기다.'수사가 잘돼 가고 있으니 지지부진한 것처럼 보도하지 말라'는 뜻이다.그러나 실상은 달라 보인다.이 당선인의 BBK 명함을 받았다던 이장춘 전 필리핀 대사는 지난달 출국해 수사가 거의 끝나는 오는 13일에나 들어온다.이 당선인의 형 상은씨는 건강을 이유로 소환조사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서울 도곡동 땅의 원소유주 등은 아직까지 소재 파악조차 안 돼 있다.더욱이 검찰의 회유ㆍ협박을 증명할 추가 자료를 제출하겠다던 김경준씨 측은 일주일이 넘도록 감감무소식이다.

당시 수사 검사들에 대한 소환 여부도 역시 불투명하다.특검팀은 검찰이 압수수색을 실시하지 않은 경북 경주의 다스 본사 등 4곳에 대해 영장을 청구했지만 두 차례나 기각당했다.결국 지난달 28일 특검 측은 "형식만 임의제출일 뿐 실질적으로 압수수색과 다름 없는 수준으로 자료를 가져왔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미리 '예고'한 조사에서 얼마나 결정적인 증거를 발견했을지는 미지수다.최근에 김성우 다스 사장 등 다스 및 도곡동 땅 실소유 의혹 관련 인물들을 소환한 게 그나마 가시적인 성과다.정호영 특검팀이 수사에 착수한 지 3일로 21일째다.설 연휴를 고려하면 실질적으로 남은 기간은 채 2주도 안 된다.수사가 한창 활기를 띠어야 할 시점이지만 결과물이 거의 없어 벌써 '파장'분위기마저 풍기고 있다.수사팀의 '의지'나 '묘수'가 부족해서일까.

이것만으로는 부진한 수사 상황을 설명하기 힘든 듯하다.최장 40일이라는 짧은 기간에 '다스 실소유주''상암DMC 특혜분양' 등 너무 방대한 대상을 처리해야 하는 '이명박 특검' 자체가 애당초 무리였는지도 모른다.특검인선에서부터 수사대상 선정까지 많은 한계를 노출했던 특검이어서 국민들의 기대 수준도 그리 높지 않은 게 사실이다.

나날이 늘어가는 특검 기자실의 빈자리가 특검수사의 현주소를 말해주고 있다.

이재철 사회부 기자 eesang6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