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기금 200조 운영 민간 독립기구가 맡는다

국민연금 지배구조 개편방안이 원점서 재검토된다.기금운용과 관련된 최고의사 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를 청와대 소속으로 만들지 않고,정부의 간섭을 받지 않도록 완전한 '독립 민간 상설기구'로 두겠다는 방향이다.

3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와 보건복지부의 관계자에 따르면,새 정부는 참여정부에서 지난해 12월 국회에 제출한 국민연금 지배구조 개편안이 연금기금 운용의 독립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방향과 거리가 있다고 보고,기금 지배구조 개편안을 원점에서 다시 검토해 9월 정기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손질될 항목은 기금운용에 관한 최고의사결정 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를 △민간 독립기구가 아닌 대통령직속 조직으로 두도록 한 조항 △비상설화 조직으로 규정한 조항 △사무처리 및 의사결정 보조기능을 기금운용공사에 전담시킨 조항 △공무원 출신들도 쉽게 기금운용위원에 선정될 수 있도록 한 조항 등이다.

우선 새 정부는 기금운용위를 현 정부가 당초 추진했던 대로 금융통화위원회와 같은 민간 독립기구로 재추진할 전망이다.이렇게 되면 조직의 성격도 상설기구화되고 위원 중 일부(또는 전부)는 상근직으로 일하게 된다.

인수위 관계자는 "현 정부는 기금운용을 민간에 맡기되 정부도 어느 정도 책임을 진다는 의미에서 기금운용위를 대통령 직속으로 두기로 했지만 이럴 경우 정부 간섭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다른 정부 관계자도 "지난달 23일 주식시장이 출렁이자 재정경제부 차관이 나서서 "연기금이 시장 안정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투자하도록 협의할 계획"이라고 밝힌 것이 바로 그 같은 사례"라며 "정부가 연기금을 '주식시장 불쏘시개'정도로 여기는 이런 지배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아울러 기금운용위의 독립성 강화를 위해 기금운용위원 추천위원회의 구성(정부안은 공무원 5인,가입자대표 3인,공익대표 3인)도 조정하고,공직자들이 퇴직 후 3년이 지나면 기금운용위 위원으로 위촉될 수 있도록 한 조항도 정부입김을 배제할 수 있는 쪽으로 요건을 더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정부가 기금운용에서 완전히 손을 뗐을 경우 민간인들이 기금운용에 어떻게 책임을 지고 참여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향후 방안을 강구해 나가기로 했다.

인수위는 또 현재 200조원을 넘는 기금의 운용전략을 짜는 데는 상당히 전문적인 노하우가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민간 전문가들로 구성된 별도의 의사결정 보조기구를 기금운용위 밑에 두는 방안도 검토해 나갈 방침으로 알려졌다.인수위 관계자는 "기금 지배구조가 한 번 바뀌면 10년 이상 기금운용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특히 신중해야 한다"며 "지배구조 관련 개선안들이 미칠 영향과 부작용 등을 꼼꼼히 살펴 개편안을 다시 낼 생각"이라고 말했다.

인수위와 보건복지부는 복지부 내 민관합동 연금개혁 태스크포스(TF)에서 이 같은 방향으로 법 개정안을 손질해 올 9월 정기국회에 개정법안을 제출할 방침이다.

박수진 기자 notwo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