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드림' 끝은 … MK 야망은 계속

정몽구 현대ㆍ기아자동차 회장이 인도에서 추구하는 꿈은 언제,어떤 모습으로 완성될까.

현대차인도법인(HMI) 제2공장 준공식을 이틀 앞둔 지난달 31일 오후 인도 남부 최대 도시 첸나이를 1년 만에 다시 찾은 정 회장은 섭씨 30도를 웃도는 무더위 속에서 일흔을 넘긴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열정적으로 움직였다.정 회장은 2004년 이후 5년째 한 해도 거르지 않고 현대차의 글로벌 소형차 전진기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첸나이를 찾고 있다.하지만 제2공장 준공식 참석은 어느때보다 의미가 깊다는 게 동행한 임원들의 설명이다.연간 생산능력을 60만대로 확장함으로써 인도 내 최대 자동차회사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2박3일간의 짧은 일정에도 불구,정 회장의 인도공장에 대한 각별한 관심은 쉽게 느낄 수 있었다.그는 첸나이 방문 첫날 현지 공장에 근무하는 한국인 임직원 부부를 초청해 저녁을 함께 했다.이 자리에서 정 회장은 HMI가 1998년 첫 자동차 생산을 시작한 지 10년 만에 2공장을 지을 정도로 성공적으로 자리잡은 데 대해 주재원들과 가족에게 고마움의 뜻을 전했다.

2공장 준공식 하루 전인 1일엔 하루종일 공장에서 살았다.특유의 현장 경영에 나선 것.정 회장은 공장 현황 브리핑을 들은 뒤 기존 1공장은 물론 새로 가동되는 2공장 생산라인을 하나하나 꼼꼼히 둘러봤다.그리고는 공장 한켠에 마련된 자동차 테스트장을 찾아 현대차가 글로벌 소형차 시장을 겨냥해 개발한 'i10'을 직접 시승했다.정 회장은 "직접 타봤더니 차가 굉장히 좋더라"면서 "소비자들에게 잘 알려질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기자들에게 말했다.

정 회장은 2공장 준공식을 끝낸 뒤 기자들과 만나 당초 18개월 걸릴 것으로 예상했던 2공장 준공이 6개월가량 앞당겨지고 조기에 안정적 양산체제도 갖춘 데 대해 만족감을 표시했다.그는 "인도공장의 생산 효율이 좋다"며 "유럽에도 많이 수출하는 데 이 정도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중국 미국 등 여러 해외공장을 제쳐두고 몇 년째 첸나이를 첫 해외 출장지로 정하고 있다.현대차를 글로벌 톱5 메이커로 하루빨리 도약시키고자 하는 정 회장의 글로벌 경영 구상을 차질없이 실천하는 인도공장의 저력을 발견했기 때문이다.정 회장은 벌써 5년째 인도에서 경영구상을 밝혀 전 세계 생산법인과 판매법인으로 전파하고 있다.올해도 어김없이 첸나이에서 아시아ㆍ태평양지역 및 중동ㆍ아프리카 담당 경영진과 함께 경영전략회의를 가졌다.현대차 관계자는 "인도는 자체 시장도 중요하지만 중동과 아프리카 등 신흥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거점이라는 의미가 크다"며 "이번 인도 경영전략회의를 통해 신흥시장 공략 및 글로벌 경영을 더욱 확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이번 인도 방문기간 동안 정 회장과 현대차 임직원들은 '53 FORCE'라는 글자자 새겨진 동그란 배지를 가슴에 달았다.FORCE는 인도공장이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 갖춰야 할 요소인 경쟁우위(fight the competition),개인능력 극대화(outdo youself),무한도전(reach greater heights),품질우선(committed to quality),인재육성(employee excellence)의 머리글자를 딴 것.숫자 '53'은 올해 인도공장에서 53만대 생산ㆍ판매를 반드시 달성하자는 의지의 표현이다.

현대차 고위 관계자는 "공장을 둘러보는 모습을 보면서 정 회장이 인도에서 펼치고자 하는 꿈은 2공장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첸나이(인도)=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