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고스톱 '오락과 도박 사이'

#사례1 정모씨는 지난해 4월 친구와 함께 다방에서 속칭 '훌라'라는 도박을 했다.밥값을 낼 사람을 정하기 위해 1000~2000원을 걸고 내기 삼아 했던 것.대구지방법원 형사11단독부는 "정씨 등의 직업 등에 비춰보면 이들의 도박은 일시 오락의 정도로 볼 수 없다"며 50만원씩의 벌금형을 선고했다.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지난 1월 "현장에서 압수된 돈이 10만원가량에 불과하고 잘 아는 사람들끼리 음식비를 마련하기 위해 한 것에 불과하다"며 도박 혐의를 부인했다.

#사례2 인천 부평구에 사는 오모씨는 2006년 7월 초 같은 동네에 사는 장모씨 등 3명과 1점당 100원씩 주는 방법으로 총 판돈 2만8700원을 걸고 고스톱을 쳤다.동네 주민의 신고로 기소된 오씨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항소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사례3 비영리 사단법인 이사장인 김모씨는 세무사 유모씨 등 2명과 2005년 3월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황모씨의 식당에서 1점에 500원짜리 고스톱을 쳤다.강남구청은 식당이 도박 장소를 제공한 것은 위법하다며 황씨의 식당에 대해 2개월 영업정지 처분을 내렸지만 항소심은 영업정지 처분이 위법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사상 최대의 연휴라는 설이 코 앞이다.연휴 기간이 긴 만큼 가족.친지들끼리 모여 '재미'삼아 고스톱 등의 도박을 하는 사람이 많다.하지만 주의가 필요하다.

형법 246조에는 도박을 한 사람에게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되나 일시적인 오락에 불과한 경우는 예외로 한다고 규정돼 있다.문제는 '일시적인 오락'의 의미.법원은 판돈,도박한 사람의 직업과 수입 정도,같이 도박을 한 사람과의 관계 등을 종합해 일시적인 오락과 도박을 구분한다.

이런 구분에는 재판부의 재량이 어느 정도 들어가기 때문에 1심과 항소심이 엇갈리는 경우도 잦고 더 적은 돈을 가지고 도박을 해도 범죄가 성립하는 경우도 많다.

이렇듯 명시적인 기준이 없어 엇갈리는 판결이 나오기는 하지만 친척끼리 모여서 명절에 점당 100원 정도의 고스톱을 치는 것은 일반적으로 도박이 아니라는 게 대체적인 견해다.서울행정법원의 한 판사는 "도박의 판단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판돈의 수준"이라며 "가족.친지끼리 점당 100원 정도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오락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박민제 기자 pmj5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