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영 회장, TV광고로 부활하다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생전 모습을 담은 현대중공업 TV광고가 설 연휴부터 전파를 탄다.정 명예회장이 TV광고에 등장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광고에는 1986년 중앙대학교에서 열린 정 명예회장의 특강 장면을 담았다.1시간여 강의 중 조선업 진출 초기의 어려움을 얘기하는 모습을 뽑아냈다.30여년 만에 세계 1위에 올라선 한국 조선산업의 기적을 15초라는 짧은 시간에 응축시킨 것이다.마지막 장면에는 국내외 어려운 경영 환경 속에서도 정 명예회장의 도전적인 기업가 정신을 계승,한국경제의 희망이 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광고 분량은 짧지만 그 속엔 정 명예회장의 뜨거웠던 열정이 녹아 있다.1970년 정 명예회장은 조선업 진출에 필요한 차관을 마련하기 위해 영국 런던으로 날아갔다.앞서 두 차례나 차관 조달에 실패한 그는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A&P 애들도어'라는 금융회사의 롱바톰 회장을 만났다.롱바톰 회장은 한국의 상환 능력이 의심스럽다며 거절했다.정 명예회장은 주머니에서 500원짜리 지폐를 꺼내 거북선이 그려진 쪽을 펴 보이며 "우리는 벌써 1500년대에 이런 철갑선을 만들어 일본을 혼낸 민족이오"라고 말했다.롱바톰 회장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러나 조건을 달았다.한국에 배를 주문하겠다는 회사를 찾아오면 돈을 빌려주겠다는 것.

정 명예회장은 울산 미포만의 황량한 백사장 사진과 50만분의 1짜리 지도 한 장,그리고 스코트 리스고에서 빌린 26만t짜리 유조선 도면만을 들고 선주들을 찾아나섰다.우여곡절 끝에 1971년 말 그리스 해운회사 리바노스(LIVANOS)로부터 2척의 초대형 유조선(VLCC)을 수주했다.영국 애들도어로부터 조선소 건립에 필요한 돈도 끌어냈다.

이번 광고를 제작한 이노션 관계자는 "유한양행과 GE에서 창업자인 유일한 박사와 토머스 에디슨을 등장시켜 성공했던 TV광고를 벤치마킹했다"며 "정 명예회장의 조선소 설립 과정을 소개하는 육성을 공개함으로써 창업자의 정신을 계승하고 있는 현대중공업의 기업이미지를 구축하고자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