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켈슨, 파5홀서 11타 "미쳐" … AT&T 3라운드

파5홀에서 6오버파 11타. 굳이 이름붙이자면 '섹스튜플(sextuple) 보기'.

그 주인공은 놀랍게도 세계랭킹 2위이자 지난해 이 대회 챔피언인 필 미켈슨(38ㆍ미국)이다.미켈슨은 10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인근 페블비치골프장(파72)에서 열린 미국PGA투어 AT&T페블비치내셔널프로암(총상금 600만달러) 셋째날 단 한 홀에서 무너지며 커트 탈락하고 말았다.

대회 출전 선수 가운데 세계랭킹이 가장 높은 데다 지난해 챔피언이었기에 충격은 컸다.

문제의 홀은 오른쪽으로 굽어진 도그 레그홀 14번홀(파5ㆍ길이585야드)이었다.그때까지 중간합계 2언더파로 선두권과 5∼6타차였기에 버디가 절실했던 미켈슨은 회심의 드라이버샷을 날렸고 볼은 페어웨이벙커 오른편 얕은 러프에 멈췄다.

두 번째 샷을 그린 가까이에 떨군 뒤 웨지샷으로 버디 기회를 만든다는 전략을 세웠다.

홀까지 250야드 이상 남아 평소 247야드 정도 보내는 하이브리드클럽을 꺼냈다.이 홀은 그린 오른편에서 공략하는 것이 수월하다.그래서 약간 오른쪽으로 친다는 것이 풀샷이 되며 OB로 날아가버렸다.

미켈슨은 다시 한번 똑같은 클럽으로 시도했지만,그 샷 역시 비슷한 경로로 OB가 돼버렸다.

그때서야 맘을 바꿔먹었다.이번에는 5번 아이언을 들고 안전하게 페어웨이로 보냈다.

OB를 두 번 낸 끝의 샷이니 여섯 번째 샷이었다.

일곱 번째 샷은 그가 자신 있다는 64도 웨지로 처리했다.

그러나 그린 앞을 맞은 볼은 페어웨이 쪽으로 굴러 내려와버렸다.

볼이 멈춘 곳은 나무 아래 진흙땅.

여덟 번째 칩샷은 뒤땅치기가 되며 그린 앞에 서버렸고 아홉 번째 샷을 겨우 올렸으나 4.5m 거리에서 2퍼트를 하며 겨우 14번홀을 빠져나왔다.

경기 후 기자들이 "한 홀에서 11타를 쳐 본 적이 있느냐?"고 묻자 미켈슨은 "한 홀에서 두 자릿수 스코어를 낸 것은 처음인 듯하다"며 고개를 흔들었다.

18번홀(파5)에서도 티샷을 태평양으로 보낸 미켈슨은 이날 6오버파,합계 5오버파 221타(71ㆍ72ㆍ78)로 커트 탈락했다.

지난주 FBR오픈에서 그를 연장전 끝에 제압한 J B 홈스,그리고 봅호프크라이슬러클래식 챔피언 D J 트라한도 탈락했다.

4명의 한국(계) 선수들은 모두 커트를 통과했다.

양용은(36ㆍ테일러메이드)은 합계 6언더파 210타(69ㆍ73ㆍ68)로 선두권에 3타 뒤진 공동 5위에 자리잡았다.선두는 비제이 싱(피지)과 더들리 하트로 합계 9언더파 207타.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