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삼중 '거미줄 규제' 국내보험 대형화 '발목'


# 1. '중국 2위 보험사인 핑안보험은 해외 금융회사를 인수ㆍ합병(M&A)하기 위해 220억달러(약 20조원)의 자금을 모집키로 했다.'(파이낸셜타임스 1월21일자) 핑안보험은 "그룹의 확장 전략과 영업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 보험사가 조달할 금액은 국내 전체 생보사의 자기자본 17조5000억원(2007년 9월 기준)을 웃돈다.핑안보험이 자금조달을 마친 뒤 세계 7위 보험강국인 한국에 진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 국내 A손해보험사는 작년 말 사업영업 확장을 검토하다가 접었다.A사는 설계사의 생보 및 손보상품 교차판매 허용,자본시장통합법 시행 등 금융환경 변화에 대응해 생보사나 증권사를 인수 또는 설립하는 방안을 신중히 검토했다.

하지만 자회사 투자한도 규제가 발목이 잡힌 것.A사 관계자는 "법이 바뀌지 않는 한 생보사 또는 증권사를 인수ㆍ설립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중국 보험사들은 하늘을 날고 있는데 한국 보험사는 기고 있다."(보험사 관계자) 중국 보험시장은 2005년 세계 11위(수입보험료 기준)에서 2006년 말 9위로 뛰어올랐다.경제성장 속도를 감안하면 머지않아 한국을 추월할 전망이다.이에 반해 국내 보험사들은 손발이 꽁꽁 묶여 있다.거미줄 같은 투자 규제가 대형화ㆍ글로벌화를 가로막고 있는 탓이다.

◆자기자본ㆍ총자산으로 규제

현행 보험업법은 보험사의 투자를 이중삼중으로 규제하고 있다.보험업법 106조는 '자회사 주식 소유 총한도를 자기자본의 60% 또는 총자산의 3% 중 적은 금액 이내'라고 못박고 있다.A보험사의 총자산은 6조8000억원,자기자본은 6100억원이다.

자회사 주식 보유 총 한도는 2004억원.그러나 이미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 주식이 1000억원 정도여서 추가 한도는 1000억원에 불과하다.해외 금융회사를 인수하거나 증권사를 인수해 사업을 다각화한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

보험사들은 투자목적의 타회사 출자도 엄격히 제한돼 있다.보험업법 109조는 '보험사는 다른 회사의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 15% 이상을 초과해 소유할 수 없다'고 못박고 있다.15% 이상 취득하기 위해서는 금감위의 승인을 받아야 하며 이 경우 자회사로 편입해야 한다.보험사 한 임원은 "이 규정 때문에 경영지배가 아닌 단순 투자목적임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인 투자를 하지 못한다"며 "15% 이상 취득하면 자회사로 편입돼 자회사 주식 소유 총 한도규제에 포함된다"고 지적했다.

보험업계가 '보험업법을 규제의 온상'이라고 지적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건전성 규제로 바뀌어야

전문가들은 자회사 투자 규제가 지금과 같은 총량적 규제방식이 아니라 건전성 규제와 같은 간접규제로 바뀌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한다.

은행 등 다른 금융권에 비해 엄격할 뿐만 아니라 '글로벌 스탠더드'와도 상충되기 때문이다.보험업계는 우선 은행권의 금융지주회사와 형평성을 고려해 보험사의 자회사 정의도 현행 지분율 15%에서 50%(상장법인은 30%)로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 자회사 주식 소유 한도 비율규제도 완화하거나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손보사 한 관계자는 "자회사 한도 규제 때문에 자회사를 설립해 본체 업무 분사를 통한 경영효율화를 기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한 생보사 임원은 "해외진출이 시급한데 자회사 투자한도를 자산의 안정과 문어발식 계열사 확장 등과 같은 과거 시각으로 판단할 경우 해외진출 시기를 놓쳐 보험업계 전체의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