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도 콘텐츠가 승부처

'휴대폰 안에 콘텐츠를 채워라.' 휴대폰 업계에 떨어진 지상과제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고 있는 이동통신 박람회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08'에서 글로벌 휴대폰 업체들이 가장 주목하는 분야는 '모바일 인터넷'.특히 휴대폰 속에 음악 영화 게임 등 각종 콘텐츠를 담아야 한다는 생존 전략이 그 중심에 자리잡고 있다.휴대폰 업체들이 콘텐츠에 눈을 돌리는 데는 이유가 있다.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애플 등 세계적인 정보기술(IT) 강자들이 휴대폰 사업에 뛰어들고 있어 단순히 휴대폰을 만들어 파는 것만으로는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선두에는 노키아가 나섰다.세계 휴대폰 시장의 40%를 차지하고 있는 노키아는 경쟁 상대는 이미 휴대폰 제조사가 아니라고 선언했다.올리 페카 칼라스부오 노키아 사장은 "휴대폰에 인터넷을 접목해 최고가 될 것"이라며 '노키아표 인터넷 프로젝트'를 선언했다.

노키아는 이번 박람회에서 멀티미디어 공유 서비스인 '셰어온오비(Share on Ovi)'를 선보였고 프랑스 이동통신사 오렌지와 제휴해 휴대폰 기반의 지도.광고.게임 서비스를 내놓겠다고 밝혔다.최근에는 노르웨이 소프트웨어 업체인 트롤테크를 현금 1억5000만달러에 인수하겠다고 발표했고,'미국판 싸이월드' 페이스북에도 지분 투자를 고려하고 있다.내비게이션 업체 나브테크,디지털 음악 유통업체 라우드아이 등도 이미 노키아의 손에 넘어갔다.


최근 휴대폰 사업이 삐걱대고 있는 모토로라도 콘텐츠에 대한 관심만큼은 노키아에 그다지 뒤지지 않는다.지난달 싱가포르 온라인 음악 업체인 사운드버즈를 인수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모바일 콘텐츠 사업을 강화함으로써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한국 휴대폰 업체들은 아직까지 노키아만큼 적극적으로 나서진 않고 있다.하지만 최근 들어 콘텐츠를 활용한 마케팅을 조금씩 늘려 가고 있다.삼성전자의 경우 3세대 이동통신(SK텔레콤 'T',KTF '쇼' 등)용 휴대폰에 음악이나 뮤직비디오를 내장해 사용자가 원하는 음원을 내려받을 수 있게 하는 '트라이앤드바이' 서비스를 적용키로 했다.이를 디지털 음반이나 뮤직비디오 제작으로도 확대할 계획이다.

LG전자는 유럽 시장에서 영국 모바일 음악 서비스 업체인 옴니폰과 제휴해 자사 휴대폰 음악 서비스를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국내에선 지난해 12월 성시경 등 정상급 가수 7명이 참여한 음반을 '랩소디인뮤직폰'에 탑재하는 사업 모델을 선보이기도 했다.

휴대폰 업계 관계자는 "휴대폰을 잘 만드는 것 못지않게 그 안에 무엇을 담느냐가 중요해졌다"며 "노키아 등에 맞서기 위해 우리 업체들도 콘텐츠에 관심을 갖고 있고 단지 무엇부터냐,언제부터냐를 놓고 저울질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