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현실의 산업정책 읽기] MS - 구글 누가 이길까

'가능성의 정도'와 '자유의 정도'는 서로 다른 얘기다.IBM과 델의 경우가 좋은 예다.

거대 기업 IBM이 당시 델이 채택해 성공을 거둔,메일을 통한 PC 직접주문 모델을 전혀 몰랐다고 할 수 없다.IBM은 가능성의 정도 측면에서는 모든 판매 방식을 구사할 수 있었고,보유 자원에서도 델보다 훨씬 잘할 수 있었다.

그러나 상대할 감도 아니라고 생각했던 델에 기회를 살리는 자유의 정도 측면에서는 밀렸다.일종의 '복잡성의 불행'이다.

거대 소프트웨어 업체가 된 마이크로소프트(MS)와 IBM의 관계도 재미있다.MS 성장의 발판이 되어 준 건 다름아닌 IBM이었다.MS 운영체제를 채택한 게 바로 IBM이었던 것이다.당시 가능성의 정도 측면에서 보면 IBM이 더 잘할 수도 있었던 일이었지만,새로운 기회 포착이나 전략 선택에서 MS는 IBM보다 더 빨랐고 자유로웠다.

그렇다고 IBM이 무너졌느냐 하면 그건 또 아니다.IBM은 하드웨어도 소프트웨어도 아닌,정보기술(IT) 서비스를 주된 성장 동력으로 하는 새로운 기업으로 탈바꿈했다.

도전자들이 IBM의 진화에 자극제가 됐다.그리고 지금도 IBM은 MS가 여전히 의식하는 존재이기도 하다.MS는 자신을 위협하는 이른바 개방형 소프트웨어(오픈 소스) 뒤에는 IBM이 있다고 생각한다.MS가 긴장을 늦추지 못하는 이유다.

MS가 야후를 인수하려고 한다.검색 엔진,온라인 검색 광고의 최고 강자 구글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나선 것은 MS의 최종 공격 대상이 바로 자신임을 너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 스토리(story) 역시 한 편의 드라마 같다.야후는 한때 정말 잘나갔던 기업이었다.그러나 구글에 성장의 길목을 열어 준 것은 다름아닌 야후였다.

검색 엔진을 구글로부터 빌렸던 것이다.기회를 놓친 야후는 결국 구글에 인터넷으로 가는 관문을 내 주고 말았다.

변수는 또 있었다.MS가 조금만 더 빨리 검색 엔진의 가능성,온라인 검색광고 시장에 눈을 돌렸으면 지금의 시장 판도는 달라졌을 수도 있다.

당시 가능성의 정도로만 따지면 충분히 그럴 수 있었다.그러나 이미 거대 기업으로 성장해 버린 것이 MS가 새로운 분야로 재빨리 눈을 돌리는 데는 장애 요인이 됐을지 모른다.

어쨌든 MS로선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이다.온라인 검색광고 시장은 더 커지고 있는 데다 이를 기반삼아 구글이 MS의 성장 동력까지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모바일 인터넷 등 구글과의 전선이 확대되고 있는 점도 그렇다.

사람들은 MS와 구글 경쟁의 승자가 과연 누구일지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그러나 그보다 더 눈길이 가는 것은 그런 경쟁이 벌어질 수 있는 환경이다.

조그만 기업이 하루 아침에 거대 기업의 뒤통수를 치고,기술개발 인수ㆍ합병 등 다양한 성장 전략을 자유롭게 구사하면서 새로운 거대 기업으로 우뚝 선다.

그리고 이는 수많은 창업의 동기로,기존 거대 기업에는 새로운 변화의 자극제로 피드백되어 간다.

MS나 구글 중 누가 승자가 되든 그것으로 게임이 끝나진 않을 것이다.언제 누가 또 튀어나와 승자의 뒤통수를 칠지 모른다.이런 게 산업 발전의 역동성이다.이런 환경이면 국가 경제의 성장 동력이 절로 나올 것 같다.

안현실 논설위원ㆍ경영과학博 a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