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례문 방화범 구속영장 신청] 채씨 CCTV 포착 단독범행 결론

잠입 3분만에 연기 … 25초 뒤 도주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국보 1호인 숭례문에 불을 질러 전소시킨 피의자 채모씨(69)에 대해 문화재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13일 밝혔다. 채씨의 구속 여부는 14일 오전 중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경찰에 따르면 채씨는 지난 10일 오후 8시45분쯤 숭례문 2층 누각에 올라가 1.5ℓ짜리 페트병에 준비해온 시너를 뿌리고 라이터로 불을 붙여 건물 전체를 전소시킨 혐의를 받고 있다.

이와 관련,경찰은 이날 숭례문 화재 당시 현장을 녹화한 폐쇄회로(CC) TV 화면(사진)을 공개했다. 이 화면에는 방화범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지난 10일 오후 8시45분께 사다리를 이용해 숭례문 누각에 들어간 뒤 3분 만에 연기가 피어오르는 장면이 찍혀 있었다. 연기가 난 뒤 25초 뒤에 다시 내려오는 장면도 찍혔다.

경찰 관계자는 "채씨가 CCTV에 찍힌 사람이 본인이 맞다고 자백했고 목격자의 진술과도 일치한다"면서 화면에 찍힌 범인이 채씨인 것으로 보고 있다.경찰은 또 채씨의 자백,목격자 등 참고인 조사,CCTV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결과 공범이 있을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결론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경찰은 채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는 대로 현장 검증을 실시하기로 했다.

경찰은 채씨에 대한 수사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 숭례문의 관리 책임을 맡고 있는 서울 중구와 문화재의 전반적인 관리를 담당하고 있는 문화재청,소방방재청 등 관련 기관에 대해서도 조사를 본격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이혁 남대문 경찰서 수사과장은 "현재 관련 기관들에 대해 (숭례문 관리와 진화과정에서) 미흡한 점이 없었는지 사실 관계를 폭넓게 확인 중"이라며 "위법 사실이 드러나면 관계 법령을 검토해 사법처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이 밖에 숭례문 경비를 맡고 있는 무인 경비업체가 최근 변경된 이유와 그 과정에서 불법적인 행위가 없었는지에 대해서도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경찰은 이날 오후 숭례문 화재 원인을 밝히기 위한 현장 감식을 실시했다.경찰과 문화재 전문가 등 20여명으로 구성된 감식반은 발화지점으로 추정되는 숭례문 누각 부근을 살펴보면서 발화 원인을 규명하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경찰과 문화재당국은 또 불에 타 무너진 자재를 치우고 현장을 정리하는 작업도 함께 진행했다.서울시와 중구는 인부 15명과 20t짜리 크레인 2대를 동원해 잔해를 수습하는 작업에 착수했으며 보름 정도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재철 기자 eesang6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