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계륵 된 중국산 식품

도쿄에 사는 주부 다케우치 유키씨(36)는 요즘 늘어난 식료품비 때문에 걱정이 많다.지난달 중국산 '농약 만두' 사건이 터진 이후 장을 볼 때 중국산 식료품에 손도 대지 않는다.

국산(일본산)만 고집하다 보니 식료품비 지출이 두 배로 늘었다.만두 20개 들이 한 봉지에 중국산은 150엔이지만 국산은 200엔이 넘고,양배추 우엉 등 야채는 국산이 세 배 정도 비싸기 때문이다.그렇다고 불안한 중국산을 식탁에 올릴 수도 없어 고민이다.

중국산 냉동 만두에서 살충제 농약이 나온 사건의 불똥이 일본 가정의 가계비 부담으로 튀고 있다.

일본인 10명 중 8명이 중국산 식품을 안 사겠다고 한 조사 결과가 보여주듯 일본에선 중국산에 대한 거부감이 팽배해 있다.식품 안전에 대해 유난히 까다로운 일본인들이니 당연한 결과다.중국산을 안 사먹는 건 좋지만 문제는 비용이다.한 방송사 조사 결과 4인 가족 기준으로 중국산을 살 땐 한 달 식료품비가 평균 5만엔(약 45만원) 정도 들지만 국산만 사면 10만엔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산 불매로 인한 식료품비 증가는 다른 소비를 줄여 내수 침체를 부채질할 것이란 분석마저 나온다.

일본인의 식탁에 오르는 먹거리 중 중국산 비율은 그동안 급증 추세였다.2006년 중국에서 수입된 식료품은 전년에 비해 9% 증가한 9300억엔어치.지난 10년 동안 세 배로 불어났다.야채만 보면 수입품 중 59%가 중국산이다.특히 대파 우엉 토란은 대부분 중국에서 수입한다.생산 원가가 싼 데다 거리가 가까워 운송비도 적게 들기 때문이다.'세계의 공장' 중국은 이미 '일본의 부엌' 역할까지 해 온 셈이다.

일본이 답답한 건 중국산 식료품이 불안하다고 영원히 외면할 수 없는 현실 때문이다.경제 여건상 모든 먹거리를 자급자족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중국을 대체할 만한 수입국도 마땅치 않다.당장은 중국산을 안 먹을 수 있지만 영원히 버틸 수는 없다.일본 정부가 '차이나 푸드 리스크(중국산 식품 불안)'를 어떻게 하면 줄일지 머리를 싸매고 있는 이유다.몇 년 전 중국산 '납덩이 꽃게''기생충 김치'를 경험했던 한국도 남의 얘기가 아닌 듯싶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