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회동 제의 … 孫대표, 사실상 거부


정부조직개편안 처리 여부를 둘러싼 정치권의 정면대치 양상이 격화하면서 새 정부가 파행 출범할 가능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한나라당이 통합민주당(가칭)과의 비공개 협상을 통해 통일부 외에 여성가족부 존치라는 양보안을 제시했지만 민주당이 통일부와 해양수산부 존치를 요구하면서 협상이 진척되지 못하고 있다. 급기야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13일 "이제 더 이상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이 당선인은 14일 손학규 통합민주당 대표와 직접 만나자고 제의했지만 손 대표 측은 "실무적 협의를 진전시킨 후에 만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이 당선인,손 대표에게 회동 제의

한나라당 측은 지난 12일 민주당 협상대표단측 고위인사와 비공식적으로 만나 "여성부를 주면 받아들이겠느냐"고 제안했으나 민주당 측은 "못 들은 것으로 하겠다"며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민주당은 통일부 외에 해양수산부 존치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이 당선인은 13일 통의동 집무실에서 이 같은 협상 내용을 전해듣고 "더 이상의 부처는 양보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 당선인은 "작은 정부를 한다고 국민과 공약해놓고,부처를 다 살려버리면 작은 정부 약속이 깨지는 것 아니냐"면서 "내일 아침 손 대표를 직접 만나 협의해보겠다"는 의사를 밝혔다.안상수 원내대표는 기자들에게 "내일까지 결론이 안 나면 도리없이 청문 요청을 할 것"이라고 못박았다.당선인 측은 만약 14일까지 접점을 찾지 못할 경우 15일에는 13개 존치부처 장관을 위주로 한 국무위원 15명(무임소장관 포함)을 지명하고 인사청문요청서를 국회에 제출할 방침이다.

◆'통일부+1개'로 타협될까당선인 측 핵심관계자는 "파행 조각을 막기 위해 통일부 외에 1개 부처를 더 양보하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지만 해수부를 양보하면 정부조직 개편의 모든 틀이 흐트러진다"며 "결국 통일부와 여성가족부가 '마지노선'인데,민주당 측이 해수부를 요구하고 있어 난감하다"고 말했다.현재 민주당 측은 이 당선인이 제안한 양자회동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이 당선인이 박재완 정무수석 내정자를 통해 손 대표와의 회동을 공식 제의하기 이전 언론에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진 데 대해 우상호 대변인은 "정치도의에 어긋난다"며 "정치 장난은 그만두라"고 격한 반응을 보였다.그러나 당 내부에서는 적정한 선에서 타협해야 한다는 반대여론도 만만치 않다.새 정부가 조각을 하지 못하고 파행 출범할 경우 책임은 민주당에 돌아가면서 총선에서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이에 따라 민주당 일각에선 통일부와 해수부ㆍ여성부 중 한 곳을 존속시켜 '15부2처' 선에서 합의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강동균/이준혁/노경목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