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정 쓰리랩 사장 "60억 잃고 '소비자에 솔직하라' 교훈 얻어"

국내 시장에서 퇴출당한 전력이 있는 화장품 브랜드를 1년5개월 만에 재론칭한 재미교포 사업가가 있다.최근 롯데백화점에 화장품 브랜드 '쓰리랩(3LAB)' 매장을 열면서 국내 화장품 시장에 재진출한 데이비드 정 사장(49)이 주인공.정 사장은 이민 1.5세다.

롯데백화점 잠실점과 부산점에 입점한 쓰리랩은 연내 다른 지역 롯데 점포와 면세점 등에 추가 입점한다는 계획이다.1년5개월 전으로 시곗바늘을 돌리면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2006년 초 한국 시장에 첫 진출했던 쓰리랩은 당시 화장품 시장을 휩쓸고 있던 '럭셔리 열풍'을 타고 40만원짜리 영양크림이 날개 돋친 듯 팔렸다.매장당 월 매출이 1억원에 달할 정도였다.

그러나 속도가 너무 빨랐던 걸까.그해 7월 허위 광고 사건이 불거지면서 하루아침에 '코리안 드림'은 악몽으로 바뀌었다."미국 유명 백화점에 입점 예정인 걸 마치 입점해 있는 것처럼 광고했던 게 문제였습니다.백화점에 손님들이 몰려와 '우리를 속였다'며 제품을 집어던지는 일이 며칠째 계속됐어요."

한국 시장에서 된서리를 맞은 쓰리랩은 2년 넘게 공을 들인 미국 뉴욕의 삭스 피프스 애비뉴 입점도 위태롭게 됐다.정 사장은 제품의 품질을 검증받기 위해 삭스 피프스 애비뉴 관계자들을 끈질기게 쫓아다녔다."백화점 문턱을 하루에도 수십 번씩 드나들었습니다.부사장을 세 차례 만나 설득한 끝에 작년 3월 입점 통보를 받았습니다."이후 시제품을 한 매장에서 3~4개월 동안 시범적으로 판매한 뒤 반응이 좋아야 다른 매장에서도 팔도록 한 시스템을 구축했다.이런 전략이 통해 삭스 피프스 애비뉴의 쓰리랩 매장은 현재 50여개 입점 브랜드 중 중위권에 해당하는 성적을 올리고 있다.정 사장은 고급 백화점을 중심으로 판매망을 넓혀갈 때마다 국내 백화점업계에 관련 자료를 보내며 재입점 가능성을 타진했고,작년 12월 롯데백화점 잠실점과 부산 센텀시티점에 입점하게 된 것.

"1년5개월 전에 입은 손실이 60억원 정도인데 '소비자에게 솔직해야 된다'는 교훈을 얻기까지 비싼 수업료를 치른 셈이죠."

정 사장은 "허위ㆍ과장 광고로 한국 소비자들에게 실망을 안겨준 점에 대해 늘 죄송한 마음이었다"며 "소비자에게 다시 평가받고 싶어서 재론칭하게 됐다"고 말했다.미국 뉴저지에 본사를 두고 있는 쓰리랩은 현재 미국 삭스 피프스 애비뉴와 바니스 뉴욕,영국 셀프리지,홍콩 하비니콜슨,롯데백화점 등 전 세계 5개 백화점 11개 지점과 독일의 고급 화장품 숍인 파인 퍼뮤머리 30여개 매장에 입점해 있다.올해는 싱가포르를 비롯해 일본,베트남,터키,아랍에미리트의 두바이 등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