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노후엔 꾸준한 '푼돈' 연금이 목돈보다 낫다

이영주 <CFP인증자ㆍ한국재무설계 부산지점 팀장 >

고령화 추세가 가속화되면서 노후준비에 대한 걱정은 너나 할 것 없이 가장 큰 이슈가 됐다. 신문이나 인터넷엔 "노후자금 10억원을 준비하라"는 문구가 심심찮다. 길어진 노후에 대비해 목돈을 미리 준비하자는 것은 틀린 말이 아니다.그러나 좀 더 생각해 보면 노후에 목돈을 지니고 있다는 것은 상당히 위험한 일일 수 있다. 노후의 특성 때문이다.

첫째 노후는 지루한 시기다. 은퇴 이후 얼마간은 일에서 해방되어 자유로운 시간을 보내는 듯하지만 조금 지나면 노는 것도 재미가 없어진다. 이쯤 되면 목돈을 가진 사람들은 장사나 사업을 생각하게 된다.

그런데 생전에 사업을 해 본 경험이 없으니 돈만 날리기 십상이다.주식이나 각종 투자에 손 댔다가 목돈을 날리는 경우도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이 모두가 지루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둘째 노후는 외로운 시기다. 사회활동이 줄어들면서 점차 고독감을 느끼게 되고 따라서 주변의 사랑과 관심이 그리워진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는 이러한 노인들에게 애정과 관심을 보이는 사람도 있지만 악용하려는 사람도 있다.사기꾼들이 모여드는 이유다.

셋째 노후는 각종 질병이 찾아오는 시기다. 질병 치료에 큰 돈이 들어가기도 하지만,보다 중요한 것은 병원에 누워 있으면 통장에 돈이 얼마나 들어있든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사실이다. 특히 치매와 같은 질환에 걸리게 되면 수백억원대 부자라 하더라도 통장에 들어있는 돈의 액수조차 기억하지 못한다. 몸이 아프고 판단 능력이 흐려진다면 목돈은 큰 의미가 없다. 오히려 상속 등을 둘러싸고 가족 사이에 분란만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기나긴 노후생활을 위해 돈은 없어선 안 되지만 노후의 목돈은 때론 위험한 자산이 될 수도 있다.이와 반대로 평생 연금을 수령하고 있는 공무원 은퇴자들은 목돈은 없지만 근심 걱정 없이 노후생활을 하고 있다. 행복한 노후의 해답은 묵직한 통장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평생 할 수 있는 일과 끊이지 않는 소득에서 찾을 수 있다. 그렇다면 연금을 준비할 때 어떤 점을 고려해야 할까.

첫째 안정성과 수익성을 추구해야 한다. 연금은 최소 10년 이상 투자하는 장기상품이다. 따라서 물가상승률을 초과하지 못하는 이자를 받게 되면 향후 수령하는 연금액의 가치가 떨어져 필요한 자금을 제대로 준비하지 못하게 된다. 따라서 원금보장보다는 물가상승률을 초과할 수 있는 수익성에 중점을 두고 투자해야 한다.

둘째 연금 전문 상품을 선택하는 것이다. 장기 투자에서는 목적이 명확하지 않으면 끝까지 가기 어렵다. 연금과 전혀 관련이 없는 펀드나 일반 저축 상품에 가입하고서 나중에 연금처럼 쓰겠다는 것은 말은 되지만 사실상 실천이 어렵다.

연금이 상품의 기능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상품의 목적에서 나오는 연금 전문 상품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셋째 부부가 각각의 명의로 준비한다. 노후준비는 나 혼자가 아니라 배우자와 함께 동반자로서 인생을 설계하는 것이다. 그리고 연금수령자가 먼저 사망하게 되면 연금이 준비되지 않은 남은 배우자의 노후는 어려움에 처할 수밖에 없다. 평균수명을 보더라도 여자가 남자보다 7년 이상 더 생존한다. 따라서 부부가 각각의 명의로 준비하고 되도록이면 부인을 우선해서 노후설계를 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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