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화혐의 채종기씨 구속 수감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국보 1호인 숭례문에 불을 질러 전소시킨 혐의(문화재보호법 위반)로 채종기씨(69)를 14일 구속했다.

채씨의 영장실질심사를 진행한 서울중앙지법 이광만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도주의 염려가 있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고 말했다.채씨의 영장은 심사 시작 1시간20여분 만에 '초스피드'로 발부됐다.채씨는 심사에 앞서 "불을 지른 것은 잘못이며 혐의를 다 인정한다"면서도 "국가가 자신의 토지보상 문제를 제대로 해결해 주지 못한 것이 범행 동기인 만큼 결국 이 일(방화)은 노무현 대통령이 시킨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찰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자백 외에도 채씨의 혐의 사실을 입증하는 결정적 증거를 다수 확보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강화도 전처 집에서 강화터미널까지 운행하는 버스의 폐쇄회로(CC)TV 화면을 입수,사건 당일 오후 5시18분께 채씨가 왼손에는 배낭,오른손에는 사다리를 싼 마대자루를 들고 승차하는 모습이 담긴 장면을 확보했다.여기에는 하차를 위해 벨을 누르는 채씨의 얼굴이 선명하게 찍혔으며 착용하고 있던 모자 점퍼 운동화 등도 집에서 발견된 증거물들과 일치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실제 경찰은 숭례문 담벼락 옆에서 사다리를 쌌던 마대자루를 찾아냈으며 범행에 사용했던 라이터도 2층 마루에서 발견했다.경찰은 아울러 이 라이터가 작년 11월 강화군 하점면 장정리 마을 주민들이 남이섬으로 야유회를 갔을 때 채씨가 한 식당에서 받은 것임을 확인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 밖에 "국과수를 통해 채씨의 집에서 가져온 운동화에 묻어 있던 시료도 숭례문을 채색하고 있는 도료와 같은 종류라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경찰은 이 같은 물증들이 채씨와 버스 운전기사 등 참고인들의 진술과 일치한다는 점에서 채씨의 혐의 사실에 대한 입증을 자신했다.

이호기/이재철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