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1:1대화서 타인 비방도 '명예훼손'

직장인 허모씨(53)는 2006년 2월 자신의 인터넷 블로그에 A라는 여성이 회사 상무로부터 돈을 받는 조건으로 B부장의 사생활을 보고한다는 내용의 소설 '꽃뱀'을 게재했다.

처음엔 소설이라고 했지만 점차 '실화'라고 적었고 허씨는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실명을 알고 싶은 사람은 메일을 보내달라"고 게시했다. 같은 해 5월 '고○'라는 ID를 쓰는 회원이 '꽃뱀이 누구냐'고 묻자 허씨는 ID가 '로○○○'인 같은 블로그 회원을 지목하며 "증거가 필요하면 줄 수 있다"고 알려줬다. '고○'로부터 이를 전해들은 '로○○○'는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위반(명예훼손) 혐의로 허씨를 검찰에 고소했다.

1.2심 재판부는 "1 대 1 비밀대화는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공연성'이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 1부(주심 양승태 대법관)는 허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의정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5일 밝혔다.

대법원은 "개별적으로 한 사람에게 사실을 유포했다 하더라도 그로부터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있다면 공연성을 충족한다"며 "1 대 1 비밀대화라는 이유만으로 공연성이 없다고 판단한 원심은 잘못됐다"고 파기환송 이유를 설명했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