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교토' 뉴 비즈를 찾아라] (1) 투자 상품이 된 탄소배출권 ‥ 직원 6명인 유럽기후거래소 年240억弗 거래

포스트 교토란
선진 38개국을 대상으로 평균 5.2%의 온실가스를 감축하기위해 2005년 2월에 발효돼 2012년에 끝나는 교토체제에 이어 2013년부터 새롭게 적용되는 기후변화 국제협력체제.

한국을 포함한 선발 개도국으로 감축의무 대상 국가를 확대할 것인지의 여부,현재 감축대상국인 38개국에 대한 추가 감축목표 설정 여부 등이 쟁점이다.기후변화 다자간 협상포럼,G8(주요 8개국)ㆍ국제에너지기구,아시아태평양 7개국 파트너십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논의가 진행 중이다.


런던의 금융 중심지 시티오브런던에 자리잡은 유럽기후거래소(ECX).영국 중앙은행인 뱅크오브잉글랜드 인근 건물에 있는 ECX엔 간판도 대형 시세판도 없다.

직원도 패트릭 벌리 최고경영자(CEO)를 포함해 고작 6명.하지만 이곳이 전 세계 탄소배출권 시장의 40%,유럽 시장의 65%를 차지하는 세계 최대 탄소배출권 거래소다.지난해 세계시장 규모가 600억달러(약 56조7000억원ㆍ시장조사회사 포인트카본 기준)였음을 감안하면 이곳에서만 240억달러(약 22조6700억원)어치가 거래됐다.

탄소배출권이 석유 금속 곡물 등 원자재 같은 투자상품(commodities)이 된 것은 2005년 4월.3년도 안됐지만 거래량은 눈덩이처럼 늘었다.JP모건 메릴린치 등 금융회사들은 돈을 벌기위해, BP 쉘 등 에너지회사들은 과중한 탄소배출량 감축의무에서 벗어나기 위해 너도나도 이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상승 예상되는 배출권 가격탄소배출권 거래제도(ETS)는 1997년 교토의정서에 의해 탄생됐다.국가나 기업마다 주어진 온실가스 배출량 허용치에 미치지 못하거나 넘어서면,허용치 미달분을 탄소배출권 거래소에서 팔거나 초과분을 사야 하는 시스템이 마련된 것.

유럽연합(EU)은 자체적으로 EU ETS를 만들어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1단계 운영을 마쳤다.올해부터 시작된 2단계는 2012년까지 계속된다.

EU는 허용치를 초과하는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고도 거래소에서 탄소배출권을 사들여 이를 상쇄시키지 않는 국가나 기업엔 t당 40유로의 벌금을 매겼다.2단계에선 이 벌금이 t당 100유로로 인상됐다.벌금을 물지 않으려면 거래소에서 탄소배출권을 구입해야 한다.허용치를 지키지 못하는 국가와 기업이 생길 수밖에 없기 때문에 탄소배출권에 대한 수요와 공급이 자연스럽게 투자 기회를 만들어 낸다.

가격은 허용치를 초과한 기업에 매기는 벌금을 넘을 수는 없지만 그 안에서도 등락이 꽤 컸다.첫 거래가 t당 16유로 전후로 시작돼 점진적으로 올라갔다.

시장이 요동친 것은 2006년 3월.당시 27유로를 오가던 탄소배출권이 공급과다로 18유로까지 떨어졌다.안정적인 가격흐름을 예상했던 투자자들에겐 날벼락이었다.지금은 20유로 전후에서 거래되고 있다.

ECX의 벌리 CEO는 "ECX 거래 가격의 상한선이었던 t당 40유로의 벌금이 100유로로 높아진 만큼 기술적으로만 보면 가격 상승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유럽이 주도하는 이 시장에 대해 포스트 교토(교토의정서 이후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국제적 합의)체제에서 관련국들이 정치ㆍ경제적 이유로 탄소배출권거래에 소극적으로 나올 경우 가격은 떨어질 수 있다.

◆미국에 거대 시장 탄생

탄소배출권 시장은 빠른 성장세를 보여왔다.지난해 거래량은 600억달러로 전년대비 80% 증가했다.2006년에도 143% 늘었다.시장조사회사인 포인트카본은 세계 최대 온실가스 배출국인 미국이 국가 차원에서든,주 차원에서든 배출권거래를 본격화하면 시장은 폭발적으로 늘 것으로 전망했다.

국제탄소거래 연구단체인 '새로운 탄소 재정'(NCF)은 미국의 탄소배출권 거래시장 규모가 2020년께 1조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2006년까지 유럽기후거래소 본사가 있었던 네덜란드에서 만난 컨설팅회사 KPMG의 기후변화 담당자 에릭 카우디스도 "탄소배출권 거래제도는 포스트 교토체제에서도 핵심 역할을 할 것이 분명하다"며 "네덜란드 기업들은 탄소배출권을 새로운 상품으로 인식하고 투자 기회를 찾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런던에서도 기업들의 활발한 움직임은 감지된다.

런던 금융가 시티오브런던을 관리하는 정부기관인 시티오브런던의 지속가능개발 책임자 사이먼 밀스는 "골드만삭스 바클레이즈캐피털 등 많은 금융회사들이 탄소배출권 관련 금융상품을 개발하고 있다"며 "새로운 분야이다 보니 탄소 관련 전문인력은 고액연봉을 받는다"고 귀띔했다.

시티오브런던에서 활동 중인 투자회사 EEA펀드매니지먼트의 사이먼 쇼 회장은 "2004년만해도 탄소배출권에 관심을 가진 투자은행이 고작 3∼4개에 불과했는데 이젠 그 수가 20개를 넘고 있다"며 "이 때문에 좋은 인력을 구하기가 너무 어렵다"고 털어놨다.

◆탄소거래소 허브 경쟁

국가 차원에서 탄소배출권 거래제도가 없는 미국에선 NYSE(뉴욕증권거래소)가 한 발 앞서고 있다.NYSE는 작년 12월 유럽 2위의 탄소배출권 거래소였던 파워넥스트카본을 인수,블루넥스트로 이름을 바꿨다.유럽 시장을 기반으로 성장시킨 뒤 북미와 아시아로 사업영역을 확장할 계획이다.

아시아에선 일본이 적극적이다.일본 총리 자문위원회는 지난해 말 도쿄증권거래소에 탄소배출권 거래소 설립을 권고했다.이르면 올해 안에 거래가 시작되도록 할 방침이다.전력거래소가 2010년부터 탄소배출권을 거래할 수 있게 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홍콩도 금융허브로서의 강점을 발판으로 탄소배출권 거래소 설립을 서두르고 있다.

특별취재팀/ 뉴욕ㆍ런던ㆍ웨이번(캐나다)ㆍ네이멍구(중국)=
박성완/장경영/김유미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