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목재문화재도 지켜낼수 있다

정석화 < 美 유타대교수·건축구조학 >

건축사를 크게 동양건축과 서양건축으로 구분한다.우리가 일상 보고 있고 안에 들어가 거처(居處)하고 있는 구조물은 모두가 서양건축이고 우리가 알고 있는 위대한 건축가 역시 서양건축을 설계하는 사람이다.서양건축은 그 주된 재료를 석재나 벽돌에 석회석을 접합시켜 만든 조적식 구조물이었고 19세기에 와서 철강재료와 유리 등을 사용해서 오늘날 우리가 즐기는 구조물이 됐다.반면 동양건축은 기초만 석재를 사용했을 뿐 대부분이 목재 구조물이었고 그 모양도 전혀 다른 양상으로 설계됐다.

이번 화재로 소실된 숭례문은 동양건축의 대표적인 목재구조물로서 그 역사적 문화적 손실은 누차 언급할 필요가 없다.숭례문의 목재 사용법이나 구조적 특성은 서양의 목재구조물에서는 도저히 찾아 볼 수 없는 우수한 작품이고 역사적으로 비교해 본다면 서양의 목재 구조보다는 최소한 300년은 앞서 있다고 볼 수 있다.

첫째로 기본 구조계획이 전혀 차원이 틀릴 정도로 정교하고 역학적(力學的)이었다.서양건축의 소위 '풍선형' 목구조는 태풍이나 토네이도에는 무기력하게 뒤집히거나 밀려나지만 숭례문은 그 접합부에 유연성을 주면서도 무거운 기와 지붕 하중(荷重)을 충분히 견딜 수 있게 설계됐고 장엄한 대들보를 가운데 설치하는 등 구조역학적으로 해석해 보면 더욱 우수함을 방정식으로 입증할 수 있다.둘째로 목재의 선택과 그 처리과정을 들 수가 있다.목재는 그 재료의 특성상 습기를 빨아들이며 습기가 끼면 그 탄성계수와 강도가 변하게 되고 또 부식하게 된다.610년을 두고 온 재료가 어떻게 조금도 구부러지거나 처짐이 없이 그대로 지속되게 처리했는지 오늘날 서구식 건축재료 공학에서는 알 수 없는 사항이다.

셋째로 목재와 목재를 이어주는 공법의 우수성을 들 수가 있다.오늘날 철재로 된 못이나 나사를 쓰지 않고도 나무못과 특수한 이음공법을 개발한 우리 선조 건축인들은 서구식 목구조보다는 몇 세기나 앞선 대가들이었다.

또 각 구조물의 색채와 예술적 모양 등 이루 말할 수 없는 우수성을 지니고 있었다.왜 초원의 집으로 유명한 라이트가 일본의 목재 건축을 본떴는지 알 수 있다.목재에는 한 가지 흠이 있다.그것은 화재에는 견딜 수 없다는 것이다.목재가 가진 가장 치명적인 특성이다.우리의 위대한 문화재 유산을 화재로부터 보호해야 한다.그렇다고 목구조 건물에 물을 뿜어대는 소화전(消火栓)은 서구인들에게 웃음거리밖에 안 된다.물을 뿜으면 목재가 퇴색되고 뒤틀리고 부식되는 건 당연하다.또 전기가 누전돼 더 큰 화재로 번지거나 손실을 초래한다.

가까운 공군기지의 시설대나 소방반에 가면 모든 해답이 있다.탄산가스나 가루분무기 또는 기타 소화 화학물이 있고 이를 싣고 다니는 최첨단 소방차도 있다.문화재를 보호하기 위해 이들 최신 화학물을 자동적으로 뿜어낼 수 있는 설비를 설치해야 한다.문화재 관리자들도 이들 최신 소방시설 설치를 허용해주는 아량이 필요하다.

또 기존의 건축학과에서 건축의 유지 관리와 소방학에 대한 연구 교육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최근 지어지는 대형 건축물들은 대부분이 철근 콘크리트 등을 소재로 하고 있다.그러다 보니 자연히 화재에 대한 인식이나 예방 시설도 그에 맞춰 갖춰지는 게 사실이다.목재로 된 구조물에 대한 제대로 된 방재장치는 전무하거나 허술할 수밖에 없다.우리의 유산은 우리 스스로 보존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