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아쉬움 남는 대우일렉 매각

"국내 가전업체였다면 좋았을텐데…."

대우일렉의 우선협상대상자로 미국계 사모펀드인 모건스탠리PE가 선정됐다고 발표된 지난 15일.채권단의 한 관계자는 "모건스탠리의 입찰조건이 가장 나았지만 아쉬움이 남는다"며 이같이 말끝을 흐렸다.같은 날 8년 만에 원매자를 찾게 된 대우일렉의 한 직원이 근심어린 목소리로 물었다."앞으로 우리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혹시 '먹튀'의 제물이 되는 건 아닐까요."사모펀드는 통상 기업을 인수하게 되면 기업가치를 높인 뒤 회사를 되팔아 차익을 챙긴다.대우일렉 입장에선 온전한 새 주인을 맞는 게 아니라 거간꾼에게 잠시 맡겨지는 셈이다.

1990년대 당시 대우전자였던 대우일렉은 '탱크신화'를 일으키며 국내 가전업계에 돌풍을 일으켰다.세계 곳곳에 법인을 설립한 것도 이즈음으로 그 덕에 대우일렉은 현재까지 탄탄한 해외영업망을 보유하고 있다.채권단이 대우일렉을 떠맡게 된 건 대우그룹이 외환위기 이후 공중분해된 2000년부터다.

그러나 정작 매각 작업은 2006년에야 가동된다.대우일렉에 1조원 이상이 물린 채권단은 7000억원을 써낸 인도 가전업체인 비디오콘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높은 가격을 써낸 곳이 가져가는 게 당연한 일"이라며 선정이유를 발표했지만 실무협상에선 비디오콘 측이 4000억원을 제시한 것으로 드러나 매각이 결렬됐다.당시 채권단이 매각일정에 쫓겨 정교하게 협상에 임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많았다.매각작업이 불발로 끝나자 채권단은 대우일렉에 메스를 들이댔다.전체 직원의 40%인 1500여명이 구조조정의 칼바람을 맞아 회사를 떠났다.채권단은 5월 말까지 모건스탠리PE와 본계약을 체결하기로 했다.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채권단은 97%의 지분을 넘기는 대신 5000억~6000억원의 돈을 회수할 것으로 전해진다.그러나 우여곡절끝에 나온 이번 매각안은 채권단의 자금회수 계획과 대우일렉 임직원의 회사 부활 기대,그 무엇도 담아내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김현예 산업부 기자 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