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의 위상'이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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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가 사면초가에 놓여 있다.일부 단과대의 입학 커트라인이 크게 떨어지고 있고 MBA스쿨 등 전문대학원도 고려대 연세대 등 사립대의 강력한 도전에 직면한 상태다.전문가들은 서울대가 법인화 등을 통해 혁신에 나서지 못하고 급변하는 환경에 적응하지 못할 경우 심각한 사태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무엇보다 2008학년도 입시에서 서울대 커트라인이 대폭 떨어졌다.이석록 메가스터디 평가실장은 "1차 수능 선발(정원의 3배수)에서 의류학과와 간호학과 커트라인이 각각 123점,110점(162점 만점)이었다"며 "1차 커트라인과 최종 커트라인은 다르다는 것을 감안해도 서울대의 1차 커트라인이 경기도 소재 대학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점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평가했다.서울대의 커트라인 위기는 의대와 한의대 선호 현상으로 공대의 커트라인이 떨어진 3~4년 전부터 이미 예견됐던 일.커트라인 하락 범위가 점차 '공대 이외의 학과'로 넓어지고 있는 상황이다.유웨이중앙교육이 만든 2008학년도 배치표를 살펴보면 대학수학능력시험 평균 1.6등급이면 서울대 공대(공학계열,건설환경공학부,과학교육계열 등) 진학이 가능하다.이는 한국정보통신대 공학부(1.5등급),숙명여대 약학부(1.5등급)보다도 낮다.인문계에서 1.6등급을 맞으면 성균관대 인문과학계열,중앙대 영어교육과 정도에 진학할 수 있다.
서울대의 한 교수는 "외국 명문대처럼 한국도 각 대학별로 유명한 학과가 생기게 될 것"이라며 "서울대 모든 학과가 타 대학 모든 학과보다 커트라인이 높던 시절은 지나갔다는 것이 서울대 내부의 공감대"라고 말했다.
로스쿨 등 전문대학원 중심으로 대학체제가 개편되면서 서울대의 위기감은 더 커지는 분위기다.전문대학원 체제에서 대학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투자와 기민한 의사결정이 이뤄져야 하지만 서울대는 국립대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지난해 정부의 'BK(두뇌한국) 21' 2단계 평가에서 서울대 MBA스쿨은 고려대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서울대 관계자는 "교육의 질이나 교수연구 실적 부문에서는 서울대가 1위를 기록했지만 재정적인 측면이 약점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로스쿨에서도 서울대의 전망은 어둡다.비록 예비인가에서 최고 점수를 얻어 전국 대학교 중 가장 많은 150명의 정원을 배정받았지만 점차 재정적으로 든든한 사립대에 밀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해지고 있다.로스쿨학원인 베리타스 법학원 관계자는 "일본의 경우도 로스쿨 체제로 전환한 이후 처음 실시된 신사법고시에서 사립대인 츄오대가 장학금을 미끼로 좋은 학생을 많이 뽑아 합격자 수 측면에서 국립대인 도쿄대를 꺾었다"고 지적했다.
교수들의 수준과 전문성을 문제삼는 전문가들도 있다.서울대 교수들의 연봉은 공무원 연봉에 맞춰진 호봉제로 운영된다.사립대가 공을 들여 스카우트한 'A급' 교수들과 서울대 교수들의 연봉 차는 같은 근속연수를 기준으로 할 때 2배가 넘는다.전국 국립대를 순환하며 근무하도록 돼 있는 교직원들의 전문성도 사립대에 비해 처진다는 분석이다.
서울대의 한 관계자는 "싱가포르국립대나 도쿄대처럼 법인화를 통해 학교의 경영을 사립대 수준으로 유연하게 바꿔야 대학 간 무한 경쟁시대에 대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송형석/성선화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