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티.SC제일 등 외국계 은행들 앞다퉈 증권사 설립

국내 은행들에 이어 외국계 은행들도 증권사 설립 등을 통해 지주회사 전환 작업에 나서고 있다.내년부터 자본시장통합법이 시행되면 금융사 간 칸막이가 없어지는 만큼 영업 환경 변화에 맞춰 금융 투자 관련 업무를 강화하려는 포석의 일환이다.

특히 작년 11월부터 외국계 금융사가 국내에 금융지주회사를 세울 수 있도록 관련 법이 개정돼 외국계 은행의 지주사 설립이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한국씨티.SC제일 증권사 신설

18일 금융계에 따르면 한국씨티은행은 상반기 중 소매 전문 증권사를 신설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이미 국내에 세운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은 투자금융(IB) 전문 증권사로 육성하고 이번에 설립하는 증권사를 통해서는 브로커리지와 펀드 등 리테일 영업에 집중할 예정이다.

한국씨티은행 관계자는 "씨티그룹의 조직 구조상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은 기업금융그룹에 포함돼 있어 그동안 한국에서 소매업무를 적극적으로 취급할 수 없었다"며 "앞으로 소매 시장이 계속 커질 것으로 보고 전문 증권사를 세우기로 했다"고 설명했다.하지만 구체적인 자본금 규모는 확정되지 않았다.SC제일은행은 다음 달 중 금융감독 당국에 자본금 3000억원 규모의 증권사 설립 인가 신청을 낼 계획이다.SC제일은행 관계자는 "기존 증권사들의 인수 가격이 치솟아 증권사를 새로 설립하는 게 효율적이라고 판단했다"며 "당국으로부터 증권사 설립 인가를 받으면 상반기 중 지주사 전환 절차를 밟을 계획"이라고 말했다.앞서 지난해 SC제일은행은 한누리투자증권 인수전에 뛰어들었으나 국민은행에 고배를 마신 바 있다.


◆지주회사 전환 포석

외국계 은행들이 상반기 중 증권사 설립을 마치려는 것은 하반기부터 증권업 진출 자체가 불확실해지기 때문이다.신탁과 투자일임,투자자문 등 6개 증권 관련 업무를 겸업할 수 있는 금융투자회사 인가 신청이 시작되는 8월부터 증권업 신규 진입 기준이 지금보다 까다로워질 것으로 금융권은 내다보고 있다.외국계 은행들은 또 지주사 전환을 위해서는 증권사가 꼭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SC제일은행이 이번에 증권사를 설립하게 되면 은행과 캐피털(SC캐피탈),저축은행(예아름저축은행),대부업체(한국PF금융) 등을 보유하게 돼 지주사로 전환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게 된다.SC제일은행은 보험사 인수도 추진하고 있다.

한국씨티은행 역시 보험업을 제외한 증권업과 여신금융업에 진출해 있다.하영구 한국씨티은행장은 "보험업은 방카슈랑스를 통해 충분히 해결할 수 있기 때문에 보험사를 인수하지 않더라도 지주사 전환에는 문제가 없다"고 말해왔다.

외국계 은행들이 지주사로 전환하면 국내 금융지주사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현재 국민은행과 기업은행이 연내 지주회사로 전환할 채비를 하고 있다.금융계 관계자는 "보험사들이 금융지주사 전환에 가담하고 한국투자금융지주 등 증권사 중심의 금융지주사가 사업을 확대하면 금융권별 영역을 뛰어넘어 무한 경쟁을 벌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인설/황경남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