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극한대치… 국정운영 차질 불가피

총선과 맞물려 정국경색 … 경제개혁관련법안 처리 어려울 수도

정부조직 개편안을 둘러싼 정치권 내 협상이 18일 최종 결렬되면서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부분조각'이라는 극약처방을 꺼내들었다.정치권에 대한 기대를 접고,당초 계획했던 정부조직 개편작업을 4월 총선 이후로 미루겠다는 배수진을 친 결정이다.협상 파트너였던 통합민주당에는 사실상 '선전포고'와 같은 의미를 띠고 있다.이에 따라 향후 정치권은 대화와 타협보다는 대립과 고집이 성행하는 경색 국면으로 빠져들게 될 가능성이 높다.새 정부도 민주당의 협조를 받지 못해 집권 후 상당 기간 비상내각 체제로 운영하는 파행을 감수해야 할 전망이다.특히 2월 국회에서 처리키로 한 경제개혁관련법안이 18대로 넘어갈 가능성도 없지 않다.이 당선인은 협상의 최종 시한으로 정했던 18일에도 합의가 이뤄지지 않자 기존 정부조직 가운데 존치 대상 부처에 대해서만 장관 내정자를 발표하는 초강수를 뒀다.

정치적 이익만을 따지는 정치권에 기대고 있다가는 새 정부 출범을 제대로 준비할 수 없다는 현실적 이유도 고려했지만 "정치권 때문에 국정운영 준비를 제대로 할 수가 없다"는 것을 행동으로 보여주는 '정치적 시위'효과도 함께 노린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조각 발표 강행에 따라 이 당선인도 많은 것을 잃게 됐다.통합민주당 측의 협조를 더 이상 기대할 수 없어 내각 구성 등에 상당한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게 됐다.이날 발표한 대로 현행 정부조직법에 따라 인사청문을 요청한다 하더라도 통합민주당이 파격적으로 협조해주지 않으면 새정부 출범일인 25일 전에 국무위원을 임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인사청문회에는 통상적으로 12~20일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 당선인 측이 19일 중 인사청문 요청서를 국회에 제출한다 하더라도 내달 초중순이 돼야 국무회의를 열 수 있게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그나마도 폐지 대상 부처인 여성부 통일부 과학기술부 등은 차관대행체제로 운영될 수밖에 없어 이래저래 '반쪽 내각'이 될 수밖에 없다.결국 4월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승리한다고 가정하더라도 18대 국회가 시작되는 6월 정기국회에 가서야 정부조직법 개정을 거쳐 정상적인 내각을 구성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정치권은 극한대립으로 갈 공산이 커졌다.양쪽 모두 이른 시일 내에 조각을 해야 한다는 부담을 덜게 돼 정부조직 개편안 협상에서 시간에 쫓기거나 뒤로 물러설 이유가 없어졌다.진지한 협상보다는 지루한 말싸움이 난무할 가능성이 높다.

당장 통합민주당은 이날 "야당을 우롱하고 정당정치를 파괴한 처사"라며 이 당선인을 맹비난하고 나섰다.최재성 원내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내말이 곧 법'이라는 이명박 당선인 때문에 정당정치가 파괴되고 야당이 죽고 있다"며 "협상을 무시한 조각 발표는 이명박 정부가 위험한 정권임을 예고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그는 특히 이 당선인이 15명의 장관 내정자만 발표한 것과 관련,"현행법에 위배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며 "지금 법률에도 없는 것을 예측해서 부처를 운용하는 게 적법한지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준혁/김인식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