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교토 뉴 비즈를 찾아라] (4) 열리는 엘도라도 CDM...중국 황무지서 풍력발전…탄소배출권 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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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네이멍구 자치구에서 네 번째로 큰 도시 츠펑(赤峰)에서 자동차로 세 시간 거리에 있는 옌산산맥의 고원 지대.풍력발전기들이 끝없이 늘어서 있다.한겨울 영하 25도의 찬 바람을 맞고 풍력발전기의 날개가 쉴새 없이 돌아간다.연중 서리가 내리지 않는 날이 석 달도 안 되는 황무지가 포스트 교토체제의 새로운 엘도라도로 꼽히는 CDM(청정개발체제ㆍClean Development Mechanism)사업의 성공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옌산산맥 고원지대의 중국 최대 풍력발전단지를 운영하는 기업은 한국전력.한전은 한 국가나 기업이 다른 국가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데 기여하면 그 감축 실적을 자신의 것으로 인정받도록 한 CDM사업의 글로벌 플레이어로 뛰고 있다.◆CDM 최대 격전지 중국
유럽 일본 등 글로벌 기업들은 CDM사업의 최대 격전지로 부상한 중국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이들이 중국으로 몰리는 이유는 급속한 경제성장으로 산업활동이 활발해 온실가스 배출량은 급격히 늘고 있는 반면 청정기술 수준은 뒤져있기 때문.그만큼 CDM사업의 기회가 많다는 의미다.
중국은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온실가스 배출국이다.2006년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12.8%를 중국이 내뿜었다.이런 중국에 청정기술을 앞세운 글로벌 기업들이 대거 진출하고 있다.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에 따르면 지난해 CDM사업을 통해 발생한 탄소배출권(CER)의 48.23%가 중국에서 나왔다.이처럼 개도국들이 만들어낸 CER의 주요 고객은 유럽국가들이다.영국 네덜란드 스위스 스웨덴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 등이 주요 구매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앞으로도 중국 시장 전망은 밝다.국가 간 협력이 더욱 중시될 포스트 교토체제에선 선진국의 기술과 자본이 개도국의 환경을 살리면서 동시에 수익을 창출하는 '윈-윈 전략'인 CDM사업이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될 것이고 그 중심에 중국이 자리할 것이란 분석이다.실제로 중국 총 발전전력 7억㎾ 중 풍력발전 비중은 500만㎾로 채 1%도 안된다.중국야금공업규획연구원의 리신창 부원장은 "베이징 올림픽을 계기로 중국에서 신재생에너지 확대 논의가 활발하다"며 "중국 내 친환경에너지 발전 잠재력이 향후 5억㎾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전과 포스코 등 CDM사업 잇따라 진출
네이멍구의 중국 최대 풍력단지는 한국 기업이 해외에서 처음으로 벌이는 CDM사업이다.한국전력은 중국 5대 국영발전회사인 다탕집단공사와 합작으로 다탕신능원유한공사를 세웠다.사업의 1단계가 마무리된 2006년 말부터 연간 14만㎾의 청정 에너지를 생산하고 있다.올 상반기에 2단계 사업(23만㎾)이 끝나면 단일 풍력회사의 단일 지역 설비로는 세계 최대를 자랑하게 된다.사업 지분 40%를 갖고 있는 한전은 CDM사업에서 나온 탄소배출권에 대해서도 동일한 지분을 행사한다.2007년 확보한 45만t의 배출권(CER)은 일본 스미토모와 영국 탄소자원회사인 에코PLC 등이 판매 계약을 맺었다.
2단계 사업까지 완료되면 총 100만t의 배출권을 확보한다.탄소배출권의 최근 국제시세가 t당 20유로 안팎이란 점을 감안하면 CDM사업으로 연간 2000만유로(280억원)를 벌게 되는 셈이다.네이멍구 사업의 서문철 부총경리는 "전체 전력 판매 수입에 비하면 적은 액수지만 탄소배출권 수요가 커지면 더 높은 값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최대 제철업체인 포스코는 해외 조림사업을 통한 배출권 확보에 관심이 크다.지난해 이구택 회장의 방북 이후 북한 조림사업 계획을 내놓기도 했다.포스코는 해외조림팀을 통해 인도와 베트남 등 다양한 곳에서 CDM사업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광양제철소 소수력 발전사업도 유엔의 CDM 인증 절차를 거치고 있다.
에너지컨설팅업체 에코프론티어와 울산화학은 중국 산둥성 지난의 프레온가스 제조회사 차이나플루오르테크놀로지(CFT)에서 CDM사업을 벌이고 있다.프레온가스 생산 시 나오는 온실가스인 수소불화탄소(HFC23)를 포집해 소각하는 첨단설비를 CFT에 설치,지난해 9월부터 가동 중이다.2014년까지 연간 425만t의 온실가스를 절감,매년 400억원의 수익을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이외에도 한국수자원공사의 시화호 조력사업,LG화학의 자체 공정 연료전환 사업 등 22개의 크고 작은 국내 프로젝트가 유엔에 등록됐다.
◆리스크 관리가 과제
전문가들은 CDM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리스크 관리라고 지적한다.사업 초기엔 감축 실적과 판매 성과를 100%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특히 중국의 경우 투명성이 낮고 계약 조건 변경 등이 잦아 사업의 안정성이 아직 낮다는 평가다.이 때문에 중국 CDM에서 나오는 탄소배출권은 국제시세보다 t당 2~3유로가 싸게 거래되는 '차이나 디스카운트'를 당하기도 한다. 한국 기업들은 중국의 기술 현지화 바람을 또 다른 어려움으로 지적했다.친환경 사업에서 중국 부품의 비중을 늘리고 해외 기업에 높은 세금을 부과하는 등 선진국 진출 여건이 어려워지고 있다는 토로다.
특별취재팀/ 뉴욕ㆍ런던ㆍ웨이번(캐나다)ㆍ네이멍구(중국)= 박성완/장경영/김유미 기자 psw@hankyung.com[ 용어풀이 ]
◆CDM(청정개발체제)=탄소배출량을 줄여야 하는 선진국이 개도국에서 온실가스 감축 사업을 벌이면,그 감축분을 자국의 삭감 실적으로 인정해주는 제도.지구 온난화를 완화하기 위한 교토의정서의 구체적인 이행 전략 중 하나다.CDM사업으로 삭감한 배출분은 시장에서 자유롭게 거래될 수 있다.현재 유엔에 등록된 CDM사업은 전 세계 945건(2월 기준)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