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국 일단 정상화] 당선인, 파행출범 부담 덜고‥손대표, 野지도자 입지 구축

손학규 통합민주당 대표가 20일 '해양수산부 존치'입장을 철회한 것은 전격적이었다.

19일 오전까지만 해도 이명박 당선인의 내각 명단 발표에 대해 "오만과 독선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하게 비난하며 해수부 존치를 주장했었기 때문에 그가 이렇게 빨리 회군하리라고는 예측하기 힘들었다.

손 대표가 한 발 물러선 데 대해 통합민주당은 "극한 대치 국면에서 국민들의 걱정을 덜어주기 위한 대승적 결단"이라고 치켜세웠다.그러나 새 정부의 정상 출범을 가로막고 있다는 여론의 부담을 상당히 느꼈기 때문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통합민주당 내에선 국정 운영의 파행이 오랫동안 지속될 경우 '4.9총선'에 악영향을 주는 것 아니냐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손 대표는 전날 밤 이런 분위기를 파악하고,밤새 고민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우상호 통합민주당 대변인은 "막힌 정국을 본인이 풀겠다는 생각 속에서 기자회견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손 대표로선 반사효과도 거뒀다.우선 협상정국을 주도하면서 선명한 야당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심어줬다는 게 통합민주당 측의 분석이다.협상의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해수부 폐지를 전격 수용하면서'결단력'있는 지도자라는 상을 보여줄 수 있었다는 평가도 있다.결국 이런 것들이 취약한 당내 기반을 다지는 예상외의 수확을 거두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게 당 안팎의 지적이다.그럼에도 한동안 새 정부 출범의 발목을 잡는 것처럼 비쳐진 것은 향후 총선 국면에서 한나라당 측의 공격 소재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이 당선인으로선 '노무현 정부의 장관'들과 한동안 '이상한 동거관계'를 가져야 한다는 부담을 상당부분 덜 수 있게 됐다.'한 부처 두 장관'체제가 가져올 공직사회 전반의 혼란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왔으나,이번 극적 합의로 '동거기간'을 최소화할 수 있게 됐다.

잃은 것도 있다.협상 과정에서 보여준 정무적인 내부 혼선은 시급히 보완해야 할 과제로 지적됐다.조각명단을 내놓지 않은 채 각료 후보들을 워크숍에 참석시키겠다고 발표했다가 3시간도 안돼 철회한 것이 정치력 부재의 대표적 사례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