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설의 '경영 업그레이드'] 잭 웰치 컴플렉스

사람은 사람으로 봐야 제대로 볼 수 있다. 걱정없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남들이 보기엔 한없이 부럽기만 한 사람도 상처 하나씩은 안고 산다.

기업체의 임원이 되면 별을 달았다고 한다. 그러나 임원 스스로는 '임시 직원' 신세일 뿐이다. 별 중의 별이라고 할만한 대기업 CEO(최고경영자)도 마찬가지다.최고의 연봉과 대우를 받으며 황금기를 누리고 있는 그들에게도 남모를 아픔이 있다. 경영 실적이 나빠지면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럴 땐 가장 불행한 사람이 바로 사장이다. 사업 실패로 전재산을 날리면 보통 인생 보다 못한 노후를 맞아야 한다.

사실 사람이란 개인으로 돌아가면 큰 차이가 없다. 특히 행복을 생각하면 정말 상대적이다. 임원들은 바쁜 만큼 가정에 충실하기 어렵다. 가족 행복지수가 낮아질 수 밖에 없다.아주 조화로운 삶을 누리고 있지 않은한 누구나 문제가 있다. 중요한 것은 나름의 해소법이 있느냐 여부다. 스트레스를 자주 풀지 못하면 병적인 현상을 보이게 된다. 이런 문제가 외부적으로 표현되면 공격성향이 되고,내부적으로 표현되면 우울증이 되는 것이다.

중독증도 같은 문맥이다. 일 중독이라고 해서 예외가 아니다. 술, 담배는 물론이고 무엇인가에 빠지고 있다면 스스로 정상적이지 않다고 생각하는게 옳다. 중독증의 근저에는 보상심리가 있다. 열심히 일한만큼 보상 받으려는 심리가 그만큼 강해지면서 자기 자신이 아주 좋아하는 무엇인가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이를 치유하기 위해서는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좋아하는 것이 있어야 한다. 그러니 골프라도 칠 수 있어야 CEO 인생도 건전해지는 것이다.남들이 잘 모르는 CEO의 심리 중에 '잭 웰치 컴플렉스'라고 부를만한 게 있다. 이미 은퇴했지만 '경영의 신'으로까지 불렸던 잭 웰치 GE 전회장과 같은 수준의 성과를 내야한다는 부담감을 일컫는다. 환경은 그렇지 못한데 주위의 요구는 높아만 가니 그 중압감이 자신을 짓누른다.이런 일로 정신과를 찾는 CEO들이 있다고 하면 믿겨지지 않을 것이다. 목회자들 가운데서도 유사한 증상이 있는데 이를 '메시아 컴플렉스'라고 부른다. 잘 나가는 비즈니스맨,목회자,공직자 가운데 40대 사망률이 높은 것은 이런 중압감을 이겨내지 못한 탓이다.

새 정부 출범이 코앞에 다가왔다. 대통령이라고 중압감이 없을까. 중책을 맡게 된 리더들도 마찬가지다. 최근 있었던 헛발질 몇개를 보면 이들의 심리 상태도 상당한 압박감 속에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정책리더들이 갖고 있는 것은 '두바이 컴플렉스'라고 부를만 하다. 현실을 개선하는 수준을 넘어서 세계 최고를 만들어내야, 그것도 세계를 깜짝 놀랠 정도의 것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중압감 말이다.

그러나 그런 컴플렉스는 사실 근거없는 것이다. 국내 경영환경은 어쩌면 잭 웰치가 와도 성과를 못낼 지 모른다. 목회자는 신을 대신할 뿐 신이 아니다. 갈등 깊은 한국적 상황은 두바이적 상상력이 아직은 이르다. 곳곳에 산란한 마음이 넘치는 2월이다. 정권 교체와 주총시즌이 묘하게 겹쳐있는 시절이다.

권영설 한경 가치혁신연구소장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