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향력 커진 운용사들 '주주이익 지킴이' 로 탈바꿈

본격적인 주주총회 시즌을 맞아 자산운용사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다. 자산운용사들의 영향력이 크게 높아져 과거 '거수기'란 오명에서 벗어나 주주이익 '지킴이'로 탈바꿈하고 있어서다.

◆주주이익 '지킴이'2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신영투신운용은 오는 29일 열리는 영풍정밀 주주총회 안건에서 황규종 사외이사 재선임 안건에 반대의사를 표시하기로 했다.지난 18일 개최된 페이퍼코리아의 주총에서 지분 7%를 보유한 한국밸류자산운용이 이사선임 안건에 제동을 건 이후 올 들어 두번째 거부권 발동 사례다.

신영투신운용은 영풍정밀의 사외이사 재선임에 제동을 건 이유도 분명히 밝혔다.이철진 신영투신 펀드매니저는 "이사회에 한번도 참석하지 않은 인사를 다시 사외이사로 선임한다는 것은 묵과할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자산운용협회가 내놓은 '의결권 행사 기준 가이드라인'에 부합하는 내용이다.자산운용협회는 이사회에 4분의 3 이상 참석하지 않은 이사후보 등에 반대표를 던질 것을 권고했다.가이드라인이 강제성을 갖고 있진 않지만 운용사들은 이에 바탕을 둔 내부방침을 마련,적극적으로 의결권 행사에 나설 것을 예고했다.증시 큰 손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사외이사의 비중을 높이는 정관 변경 안에는 찬성하지만 정당한 사유 없이 비중을 낮추는 안에는 반대하는 등의 내부 기준을 만들어 시행하고 있다.

◆갈수록 커지는 영향력

지난해 펀드들이 상장사 지분을 대거 취득하면서 영향력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자산운용사가 지분 5% 이상을 보유한 상장사는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을 통틀어 245개(전체의 14%)로 한 해 전보다 36개사가 늘었다.지분율이 5% 이상이거나,주식평가액이 10억원 이상인 경우 운용사들은 의결권 행사를 공시하고 있는 데 건수는 2005년 799건,2006년 2071건,2007년 2645건으로 늘고 있다.반대표를 던진 비율도 2005년에 유가증권시장 0.28%,코스닥시장 0.21%에 불과했지만 작년에는 각각 0.55%,1.55%로 크게 증가했다.

자산운용사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그 역할에 대한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지난해에는 자산운용사의 의결권 행사와 관련한 공청회가 열릴 정도였다.이런 분위기와 맞물려 올해 주주총회를 맞는 자산운용사의 각오는 '거수기'에 불과했던 과거와는 확연히 달라지고 있다.

배준범 한국밸류자산운용 부장은 "경영진과 우호적인 관계라고 해도 주주 이익이 더 많다면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시도하는 측과도 손을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조진형/조재희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