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인터뷰] 윤정일 민족사관고 신임교장 "국내 고교 첫 '펀드레이저' 제도 도입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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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사관고 재단은 윤정일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를 제6대 교장으로 선택했다.윤 교수는 29일 정년퇴임 이틀 후인 3월1일자로 민사고로 자리를 옮긴다.재단이 윤 교수를 선임한 것은 그가 누구보다 민사고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윤 신임 교장은 무려 1년간 민사고 발전 방안을 연구한 특별한 인연을 갖고 있다.교육계는 윤 신임 교장이 '민사고의 구원투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재단 변경에 따른 고질적인 재정난을 해결하고 떨어진 사기를 끌어올려야 하는 책무가 그의 앞길에 놓여 있다.이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민족정신으로 무장한 세계적 지도자 양성'이라는 설립 이념도 퇴색할 수밖에 없다.교장 취임을 앞두고 지난 22일 서울대 연구실에서 그를 만났다.펀드레이저를 학교에 두고 기부금을 유치하는 등 민사고에도 경영 마인드를 도입하겠다고 밝힌 그는 민사고 입성 준비를 끝낸 듯 아이디어 보따리를 풀어놨다.
―민사고의 신임 교장이 되셨습니다.대학에서 고등학교로 가시는 것인데요."2003년 제가 민사고의 의뢰를 받아 '민족사관고 발전 방향에 대한 자문연구' 보고서를 낸 적이 있어요.해외 유명 귀족학교를 탐방하는 등 1년 이상 조사를 했지요.연구를 하면서 민사고의 장.단점에 대해 파악했고 '성장 가능성이 높은 영재학교'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재단 측에서 신임 교장을 물색하면서 국내외 인사 중에 제가 민사고에 대해 가장 잘 안다고 판단한 모양입니다."
―민사고의 명성이 예전만 못하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2003년부터 4년 정도 재정 문제 등으로 어려움을 겪은 것은 사실입니다.그러나 아이비리그 등 미국 명문대 진학률이 증가하는 등 상황은 점점 좋아지고 있습니다.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이 지난해 미국 명문대 진학률 25위로 꼽기도 했어요.대기업 인수설이 아직도 나오고 있지만 그건 재단 측에서 결정할 문제라고 생각해요.저는 학교 운영에만 신경쓸 것이니까요."―민사고를 어떻게 발전시킬 계획이신가요.묘안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국내 고등학교로는 최초로 '펀드레이저(기금모금자)' 제도를 도입할 것입니다.학교에 상주하는 펀드레이저가 기금 관리를 체계적으로 하도록 시킬 것입니다.저는 전 세계를 뛰어다니며 민사고의 우수성을 알리고 기금을 모아 오겠습니다.대학만 기부금을 받으라는 법 있나요.'경영' 개념을 민사고에 도입하고 싶습니다.최종 목표는 전 세계 우수 중학생들이 가고 싶어하는 엘리트 학교입니다."
―교장 취임 후 민사고의 교육 방향이 크게 바뀌나요."UN 등 국제기구와 협력해서 방학기간에 우리 학생들이 세계의 중심부에서 인턴십을 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다양한 경험을 쌓은 글로벌 리더로 키워 전 세계에 내놓고 싶어요.제2외국어도 영어만큼 능통하도록 교육시킬 것입니다.또 학생수를 좀 더 늘릴 거예요.수십명 정도 더 뽑고 싶습니다.집안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이 마음 놓고 공부할 수 있게 장학금 혜택과 대상자도 늘릴 예정입니다."
―민사고의 교육 환경도 변화시킬 계획이라고 들었습니다.
"기숙사를 확충하는 등 업그레이드할 계획이에요.또 교육 기자재를 대폭 교체하겠습니다.국내 최고,최신 기자재를 가장 먼저 들여 놓을 생각입니다.수월성 교육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하겠다는 각오입니다."―새 정부의 영어 몰입교육이 화두입니다.민사고에서는 이미 국어와 국사를 제외한 모든 과목을 영어로 수업하고 있죠.
"대부분 학생들이 모든 수업을 이해하고 있습니다.그러나 일반 학교에서는 좀 무리가 있을 것입니다.다른 수업을 영어로 진행하기 위해서는 영어 교수법부터 뜯어고쳐야 합니다.사범대,교대 등 영어교사 양성기관부터 영어학습법에 대한 논의를 진지하게 해야 할 것입니다."
―영어 전용 교사제도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시나요.
"잉여인력을 활용한다는 발상은 좋습니다.최근 급속도로 증가한 다문화 가정의 구성원을 활용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네요.그러나 그들을 '교사'라고 불러서는 안 됩니다.영어만 잘하는 사람은 강사일 뿐이지 교사는 아니거든요.교사는 교원 양성기관에서 체계적인 교육을 받고 학생에 대한 애정이 있어야 해요."
―새 정부의 교육정책 방향에 동의하십니까.
"자율과 경쟁이라는 큰 흐름은 맞다고 봅니다.규제 일변도의 과거 정부 정책에서 벗어난 게 어딥니까.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교육공약의 구체성이 부족해 전체 로드맵이 좀 약한 것 같습니다.18개 핵심 과제를 살펴보니 타이틀만 있을 뿐 실천방법 등은 제시하지 못했더군요."
―그렇다면 어떤 부분이 시정돼야 할까요.
"가장 중요한 게 교육 재정에 대한 예산 확보입니다.저는 대운하 건설보다 더 시급한 게 교육 재정 문제라고 봐요.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인적자원부터 투자해야 하거든요.GDP(국내총생산)의 몇 퍼센트 하는 식으로 못박아 두어야 합니다.교육열이 높은 국민성을 이용해 교육세를 확대해 예산을 충당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죠."
―앞으로 자립형 사립고 등 엘리트 고교가 급증하게 될 전망입니다.민사고의 경쟁 상대가 늘어나는 셈인데요.
"환영합니다.핵심 인재를 만들기 위해서는 수월성 교육이 제대로 이뤄져야 하거든요.노파심에 덧붙이자면,학교 운영 역시 '규모의 경제'가 적용되는 분야입니다.밑지는 장사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재정 문제부터 해결해야 합니다.참고로 저는 민사고의 경쟁 상대는 국내가 아닌 해외 유수 학교라고 봅니다만."
―교육인적자원부가 교육과학기술부로 흡수.통합됐습니다.
"예전 교육부총리제는 상징적인 의미가 컸습니다.교육에 대한 정부의 의지 표현이랄까요.그런 점에서 볼 때 교육부가 통폐합된 것은 좀 안타까워요.잔소리하는 시어머니의 힘이 약해졌으니까요."
―그렇다면 새롭게 출범하는 교육과학기술부의 역할은 어때야 할까요.
"교육 재정 확보부터 해야 해요.중앙과 지방 모두요.학술진흥 연구에도 소홀하면 안 됩니다.또 지방에서 하기 힘든 소외 계층의 특수교육과 직업교육에도 신경썼으면 좋겠어요.교육통계도 주기적으로 활발하게 내줬으면 합니다.마지막으로 해외 선진국과의 국제교류입니다.인적자원 정책도 중요하죠."
―고교등급제,기여입학제,본고사제 등 3불(不) 정책에 대한 견해는 어떠세요.
"고교등급제는 '고교특성화 반영제'로 바뀌는 게 옳다고 봅니다.기여입학제는 틀림없이 실패할 거예요.헌법에서 규정한 모든 국민의 균등한 교육 권리에 위배되는 제도입니다.부모 능력에 따라 교육 여부가 갈리는 삭막한 세상이 올 거예요.본고사는 대학이 자율적으로 결정해야 하는 사안입니다.저는 '불(不)'자가 들어간 것은 정책이 아니라 규제라고 주장합니다."
―현재 수능시험에 대해서는 불만이 없으세요.
"왜 없겠어요.저는 토익 토플 등을 주관.실시하는 미국의 ETS가 좋은 벤치마킹 대상이라고 생각해요.우리나라 교육평가원의 기능과 역할을 바꿔 수능시험을 폐지하고 일종의 자격고사제로 바꿔야 합니다.일반계 고교는 대학에 가기 위한 준비학교입니다.학생이나 학부모는 대입에 초점을 두는데 학교가 이를 충족시키지 못하니까 학원을 찾는 거죠.수능시험 제도를 개선하지 않는 한 사교육비는 매년 증가할 수밖에 없겠죠."
김정은/허문찬 기자 likesmi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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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일 교장 약력
1943년 충북 괴산 출생
1966년 서울대 교육학과 졸업
1976년 미국 일리노이대 교육재정학 박사
1977~1985년 한국교육개발원 정책연구원1985~2008년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
2008년~ 민족사관고 제6대 교장
―민사고의 신임 교장이 되셨습니다.대학에서 고등학교로 가시는 것인데요."2003년 제가 민사고의 의뢰를 받아 '민족사관고 발전 방향에 대한 자문연구' 보고서를 낸 적이 있어요.해외 유명 귀족학교를 탐방하는 등 1년 이상 조사를 했지요.연구를 하면서 민사고의 장.단점에 대해 파악했고 '성장 가능성이 높은 영재학교'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재단 측에서 신임 교장을 물색하면서 국내외 인사 중에 제가 민사고에 대해 가장 잘 안다고 판단한 모양입니다."
―민사고의 명성이 예전만 못하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2003년부터 4년 정도 재정 문제 등으로 어려움을 겪은 것은 사실입니다.그러나 아이비리그 등 미국 명문대 진학률이 증가하는 등 상황은 점점 좋아지고 있습니다.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이 지난해 미국 명문대 진학률 25위로 꼽기도 했어요.대기업 인수설이 아직도 나오고 있지만 그건 재단 측에서 결정할 문제라고 생각해요.저는 학교 운영에만 신경쓸 것이니까요."―민사고를 어떻게 발전시킬 계획이신가요.묘안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국내 고등학교로는 최초로 '펀드레이저(기금모금자)' 제도를 도입할 것입니다.학교에 상주하는 펀드레이저가 기금 관리를 체계적으로 하도록 시킬 것입니다.저는 전 세계를 뛰어다니며 민사고의 우수성을 알리고 기금을 모아 오겠습니다.대학만 기부금을 받으라는 법 있나요.'경영' 개념을 민사고에 도입하고 싶습니다.최종 목표는 전 세계 우수 중학생들이 가고 싶어하는 엘리트 학교입니다."
―교장 취임 후 민사고의 교육 방향이 크게 바뀌나요."UN 등 국제기구와 협력해서 방학기간에 우리 학생들이 세계의 중심부에서 인턴십을 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다양한 경험을 쌓은 글로벌 리더로 키워 전 세계에 내놓고 싶어요.제2외국어도 영어만큼 능통하도록 교육시킬 것입니다.또 학생수를 좀 더 늘릴 거예요.수십명 정도 더 뽑고 싶습니다.집안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이 마음 놓고 공부할 수 있게 장학금 혜택과 대상자도 늘릴 예정입니다."
―민사고의 교육 환경도 변화시킬 계획이라고 들었습니다.
"기숙사를 확충하는 등 업그레이드할 계획이에요.또 교육 기자재를 대폭 교체하겠습니다.국내 최고,최신 기자재를 가장 먼저 들여 놓을 생각입니다.수월성 교육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하겠다는 각오입니다."―새 정부의 영어 몰입교육이 화두입니다.민사고에서는 이미 국어와 국사를 제외한 모든 과목을 영어로 수업하고 있죠.
"대부분 학생들이 모든 수업을 이해하고 있습니다.그러나 일반 학교에서는 좀 무리가 있을 것입니다.다른 수업을 영어로 진행하기 위해서는 영어 교수법부터 뜯어고쳐야 합니다.사범대,교대 등 영어교사 양성기관부터 영어학습법에 대한 논의를 진지하게 해야 할 것입니다."
―영어 전용 교사제도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시나요.
"잉여인력을 활용한다는 발상은 좋습니다.최근 급속도로 증가한 다문화 가정의 구성원을 활용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네요.그러나 그들을 '교사'라고 불러서는 안 됩니다.영어만 잘하는 사람은 강사일 뿐이지 교사는 아니거든요.교사는 교원 양성기관에서 체계적인 교육을 받고 학생에 대한 애정이 있어야 해요."
―새 정부의 교육정책 방향에 동의하십니까.
"자율과 경쟁이라는 큰 흐름은 맞다고 봅니다.규제 일변도의 과거 정부 정책에서 벗어난 게 어딥니까.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교육공약의 구체성이 부족해 전체 로드맵이 좀 약한 것 같습니다.18개 핵심 과제를 살펴보니 타이틀만 있을 뿐 실천방법 등은 제시하지 못했더군요."
―그렇다면 어떤 부분이 시정돼야 할까요.
"가장 중요한 게 교육 재정에 대한 예산 확보입니다.저는 대운하 건설보다 더 시급한 게 교육 재정 문제라고 봐요.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인적자원부터 투자해야 하거든요.GDP(국내총생산)의 몇 퍼센트 하는 식으로 못박아 두어야 합니다.교육열이 높은 국민성을 이용해 교육세를 확대해 예산을 충당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죠."
―앞으로 자립형 사립고 등 엘리트 고교가 급증하게 될 전망입니다.민사고의 경쟁 상대가 늘어나는 셈인데요.
"환영합니다.핵심 인재를 만들기 위해서는 수월성 교육이 제대로 이뤄져야 하거든요.노파심에 덧붙이자면,학교 운영 역시 '규모의 경제'가 적용되는 분야입니다.밑지는 장사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재정 문제부터 해결해야 합니다.참고로 저는 민사고의 경쟁 상대는 국내가 아닌 해외 유수 학교라고 봅니다만."
―교육인적자원부가 교육과학기술부로 흡수.통합됐습니다.
"예전 교육부총리제는 상징적인 의미가 컸습니다.교육에 대한 정부의 의지 표현이랄까요.그런 점에서 볼 때 교육부가 통폐합된 것은 좀 안타까워요.잔소리하는 시어머니의 힘이 약해졌으니까요."
―그렇다면 새롭게 출범하는 교육과학기술부의 역할은 어때야 할까요.
"교육 재정 확보부터 해야 해요.중앙과 지방 모두요.학술진흥 연구에도 소홀하면 안 됩니다.또 지방에서 하기 힘든 소외 계층의 특수교육과 직업교육에도 신경썼으면 좋겠어요.교육통계도 주기적으로 활발하게 내줬으면 합니다.마지막으로 해외 선진국과의 국제교류입니다.인적자원 정책도 중요하죠."
―고교등급제,기여입학제,본고사제 등 3불(不) 정책에 대한 견해는 어떠세요.
"고교등급제는 '고교특성화 반영제'로 바뀌는 게 옳다고 봅니다.기여입학제는 틀림없이 실패할 거예요.헌법에서 규정한 모든 국민의 균등한 교육 권리에 위배되는 제도입니다.부모 능력에 따라 교육 여부가 갈리는 삭막한 세상이 올 거예요.본고사는 대학이 자율적으로 결정해야 하는 사안입니다.저는 '불(不)'자가 들어간 것은 정책이 아니라 규제라고 주장합니다."
―현재 수능시험에 대해서는 불만이 없으세요.
"왜 없겠어요.저는 토익 토플 등을 주관.실시하는 미국의 ETS가 좋은 벤치마킹 대상이라고 생각해요.우리나라 교육평가원의 기능과 역할을 바꿔 수능시험을 폐지하고 일종의 자격고사제로 바꿔야 합니다.일반계 고교는 대학에 가기 위한 준비학교입니다.학생이나 학부모는 대입에 초점을 두는데 학교가 이를 충족시키지 못하니까 학원을 찾는 거죠.수능시험 제도를 개선하지 않는 한 사교육비는 매년 증가할 수밖에 없겠죠."
김정은/허문찬 기자 likesmi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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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일 교장 약력
1943년 충북 괴산 출생
1966년 서울대 교육학과 졸업
1976년 미국 일리노이대 교육재정학 박사
1977~1985년 한국교육개발원 정책연구원1985~2008년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
2008년~ 민족사관고 제6대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