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출범] 취임사로 본 MB정부 키워드‥

이명박 대통령은 25일 취임사에서 새 정부의 성격을 규정 지을 '키워드'를 제시했다.

지난해 선거 과정에서 내세웠던 정치적 화두들을 바탕으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다듬은 후 국정 지표로 내놓은 것이다.선진화,실용,미래,변화 등이다.향후 5년간 이 말들은 경제 사회 외교.안보 등 각 분야별 국정 운영의 방향타가 될 '철학'으로 자리 매김할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정부는 우선 선진화를 산업화와 민주화를 뛰어넘는 새 발전 전략이자 목표로 내세웠다.이날 취임사 제목을 '선진화의 길,다 함께 갑시다'라고 정할 정도로 선진화는 이명박 정부의 핵심 키워드이다.

선진화는 과거사를 극복의 대상으로 삼지 않고 역사 발전을 위해 의미 있었던 시기로 평가하는 것에서 출발하고 있다.이 대통령은 "세계 역사상 최단 기간에 산업화와 민주화라는 과업을 동시에 이뤄 냈다.눈물겹도록 위대한 이야기"라고 규정하고 건국 60주년이 되는 올해를 선진화의 원년으로 삼자고 했다.

인수위 기획조정분과 위원을 지낸 박형준 의원은 "이명박 정부는 산업화 시대와 민주화 시대의 에너지를 발전적으로 계승해 '선진화' 시대를 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산업화 시대의 고도 성장과 민주화 시대의 분배·평등 의식이 갖고 있는 장점을 토대로 이제는 한 단계 높은 발전을 해야 한다는 문제 의식이 바탕에 담겨 있다.

실용과 변화는 선진화를 이뤄 나가는 방법론적인 개념이다.실용은 이념이나 이론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뜻이다.산업화와 민주화의 최전선에서 새로운 길을 찾아왔던 이 대통령의 삶을 압축하는 것이라고 측근들은 전하고 있다.미래와 변화는 취임사에서뿐만 아니라 최근 들어 이 대통령이 '국가 생존' 차원에서 부쩍 강조하는 단어들이다.취임사에서 이 대통령은 "불합리하거나 시대에 맞지 않으면 익숙한 것들과 과감히 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세계는 앞질러 가고 있고 후발국들은 바짝 추격해 오는 상황에서 과거 이념의 잣대에 머물지 말고 능동적으로 앞서 대처해 가자는 인식이 깔려 있다는 게 측근들의 해석이다.역시 선진화,실용의 개념과 맥이 닿아 있다.

이 대통령은 선진화,실용주의,변화에서 파생된 국정 운영 방향으로 개방과 자율,창의 등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한반도 대운하라든가 영어 공교육 문제 등에 대해서는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