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한.일 전자戰] 소니 왜 등 돌렸나 "전자왕국 위상 되찾자"

요즘 LCD패널 업계는 그야말로 초호황이다.매년 30%씩 시장이 커지고 있다.

LCD TV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어서다.올해만 해도 6월엔 유로컵 축구대회,8월엔 중국 베이징올림픽이 예정돼 있고 내년 초부터 미국이 아날로그 방송 송출을 중단키로 하는 등 줄줄이 호재가 기다리고 있다.

소니는 이 같은 시장 성장세를 활용,올해 2000만대의 LCD TV를 팔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소니 입장에서 TV의 핵심 부품인 LCD패널을 안정적으로 공급받는 게 절대적으로 중요한 이유다.소니가 10세대 LCD패널 생산에서 샤프와 손을 잡기로 한 배경에 대해 "공급선을 늘려 물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거래처 간 경쟁을 유도해 조달 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한 건 그래서 충분히 일리가 있다.

하지만 '철저한 비즈니스 관점에서의 의사결정'이라는 소니의 주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건 순진한 생각이라는 게 국내 LCD 업계의 시각이다.

'전자 왕국'의 옛 위상을 되찾기 위한 일본 전자업체들의 일사불란한 움직임에 소니도 가세한 것이라는 해석이 더 설득력 있다는 주장이다.실제 일본 전자업계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아래 '열도내 수직계열화'를 착착 진행하고 있다.

당장 일본 LCD업계는 소니와 샤프의 제휴로 '샤프-파이오니아-도시바-소니'와 '마쓰시타-히타치-캐논'의 두 진영으로 재편됐다.

샤프와 마쓰시타를 중심으로 2개의 연합전선이 만들어진 것.샤프는 지난해 삼성의 주요 거래선인 도시바와 장기 공급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이번에는 합작 파트너인 소니마저 우군으로 끌어들여 삼성전자에 큰 타격을 입혔다.

세계 PDP업계 1위인 마쓰시타도 당초 고려했던 LG필립스LCD에 대한 지분 투자 대신 히타치의 LCD패널 자회사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LCD패널 시장에 진출했다.

이에 따라 이들 업체가 공장을 완공하는 2010년부터는 LCD 시장 쟁탈전이 삼성-LG와 샤프-마쓰시타 간의 한·일전 양상으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전자업계 관계자는 "이런 분위기 속에서 삼성과 손을 잡았던 소니도 더이상 일본 내 비난 여론을 견뎌내지 못하고 연합전선에 합류한 것으로 보인다"며 "삼성 특검은 이런 소니의 변심에 명분을 제공해준 셈"이라고 말했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