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장년층은 '별다방'… 20~30대는 '콩다방'

20대 문화공간의 상징이던 스타벅스가 40대 이상 중장년층의 '별다방'(스타벅스의 속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파스쿠치나 커피빈(속칭 콩다방),엔제리너스커피 등 다양한 커피 전문점이 생겨나면서 에스프레소 커피가 대중화됐을 뿐 아니라 나이 지긋한 그레이세대가 주로 찾던 커피숍.다방도 점차 사라지면서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스타벅스가 각광받고 있다.

오후 4시 스타벅스 광화문점.4층으로 이뤄진 매장 안은 앉을 자리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삼삼오오 모여 있는 사람들로 가득했다.특이한 점은 손님의 절반 이상이 40~60대 아줌마 아저씨들이라는 것.매장에서 친구와 커피를 마시던 정사영씨(63)는 "다른 커피매장은 너무 화려하고 젊은 사람들이 많아 들어가기 꺼려지지만 스타벅스는 편안한 인테리어에 다양한 계층이 있어 점심 식사 후 부담없이 들른다"고 말했다.◆그레이세대는 스타벅스,신세대는 커피빈

압구정.신사역.종로 등의 스타벅스 매장에서도 이 같은 현상은 마찬가지다.현대백화점 본점과 마주하고 있는 스타벅스 압구정역점의 정경희 바리스타는 "개점 초기에는 20,30대 여성 직장인의 비중이 90% 이상이었는데 서서히 중장년층 비중이 높아져 요즘엔 매장이 가장 붐비는 오후가 되면 40대 이상 고객이 절반을 넘게 차지한다"고 말했다.이들 중 일주일에 2~3번 이상 찾는 단골 고객도 30% 이상이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같은 시간,스타벅스에서 20m 정도 떨어진 파스쿠치 매장은 90% 이상이 20대 젊은이들로 채워졌다.파스쿠치 매장직원은 "모닝세트 메뉴를 파는 오전시간대에는 중장년층이 몇몇 찾기는 하나 오후시간대에는 90% 이상이 젊은층"이라며 "화려한 장식이나 소파 등 젊은 고객을 타깃으로 한 세련된 인테리어와 함께 메뉴도 이탈리안 에스프레소로 젊은층의 취향에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편안한 원목의자에 올드팝까지

그레이 세대들이 유독 스타벅스로 몰리는 이유는 바로 인테리어에서 찾을 수 있다.테이블을 자유롭게 붙여 여러 명이 앉을 수 있도록 편안한 원목의자로 구성한 것.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커피빈은 의자가 불편해 오래 앉아있기 힘들고,파스쿠치는 소파가 많아 여럿이 모여앉기 어렵다는 평이다.그래서 점심식사 뒤 무리지어 차를 마시러 오는 주부 단체손님들에게 스타벅스가 최고의 담소 장소로 꼽힌다.또 스피커에서 울려 나오는 비틀즈,레이 찰스 등의 올드팝도 그레이 세대들에게 편안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한몫하고 있다.

지난해 스타벅스가 이용고객의 연령대를 조사해본 결과 25~44세가 65%,44세 이상은 11%를 차지한 것으로 집계됐다.스타벅스의 박찬희 홍보부장은 "1년 전까지만 해도 주요 고객층을 25~35세로 봤는데 작년 고객층 조사에서는 주요 연령대를 25~44세로 확대시켰다"며 "제일 싼 커피만 찾던 중장년층 고객들도 이젠 카페라떼,카페모카 등 취향에 따라 다양한 커피메뉴를 주문한다"며 "메뉴 선택도 20대와 차이가 없다"고 덧붙였다.이에 반해 신세대가 커피빈,파스쿠치 등으로 옮겨가는 것은 웰빙차 음료 메뉴,트렌디한 매장 분위기,젊은층이 좋아하는 음악 등을 고루 갖추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스타벅스가 한국에 진출한 지 10년 가까이 된 데다 중장년층 손님이 늘면서 신세대들이 더이상 자기들만의 문화공간으로 삼기 어려워진 탓도 있다. 안상미 기자/

이승우.김은성 인턴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