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수득 KOTRA 관장 "유럽선 축구 모르면 친구되기 어려워"

"투자 유치에 어디 정답이 있나요? 전화를 걸고 편지와 이메일을 보내고,만나서 협의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꾸준히 문을 두드리는 수밖에 없죠."

KOTRA 내에서 '해외투자 유치의 귀재'로 통하는 손수득 독일 함부르크 무역관장(사진)은 27일 "투자유치의 왕도는 따로 없으며 '스킨십'이 필요충분조건"이라며 이같이 말했다.외자유치에 적극 나서겠다는 이명박 정부가 곱씹어봐야 할 대목이다.손 관장은 외자유치를 위한 KOTRA의 전열을 조율하기 위해 귀국했다.2005년 함부르크에 부임하면서 '투자유치 전담관'으로 활동하기 시작한 손 관장은 유럽인들의 마음을 여는 도구로 '스킨십'을 택했다.

2006년 독일월드컵 당시 한국과 프랑스 경기가 열린 라이프치히 축구경기장 '스카이 박스'(귀빈석)를 통째로 빌려 독일의 투자자 33명을 초대했다.손 관장은 이들에게 한국에 투자해 달라고 하소연하는 대신 붉은악마 티셔츠를 나눠 입고 '타도 프랑스'를 외쳤다.'대~한민국,짝짝~짝짝짝'으로 요약되는 축구장 투자유치 활동은 성공적이었다.

손 관장은 이날 즉석에서 독일 화학회사인 '솔베이'사로부터 한국에 7500만달러 규모의 불소공장을 짓겠다는 확답을 얻어냈다.지난해 KOTRA의 건당 평균 투자유치금액 1200만달러와 비교하면 6배에 달하는 규모다.당시 솔베이사 사장은 독일 라이프치히 축구경기장을 가득 메운 붉은악마 응원단들의 열정과 희생정신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는 후문이다.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유럽 기업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손 관장은 지난해 산업자원부로부터 '외국인 투자유치 포상'도 받았다.

손 관장은 "아직도 'KOREA' 하면 전쟁과 분단을 떠올리는 외국인들이 많다"며 "생소한 국가에 투자를 하기란 쉽지 않은 만큼 체계적인 국가브랜드 홍보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그는 또 "태안 기름유출 사고나 외환위기 등 민감한 뉴스도 잘만 활용하면 한국을 알리는 데 효과적일 수 있다"며 "독일인들은 기름 제거 자원봉사와 금 모으기에 앞장서는 한국인들을 보며 오히려 좋은 이미지를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손 관장은 "수출과 투자유치는 우리 경제를 살리는 쌍두마차"라며 "국내에 들어온 외국 기업이 만들어내는 일자리가 전체 고용의 7% 이상을 차지하는 만큼 '비즈니스 프렌들리 한국'을 널리 알려 해외 기업인들의 관심을 모으는 데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김미희 기자 iciic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