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노믹스 덮치는 인플레 파고

이명박 대통령의 27일 첫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는 '라면'얘기로 시작됐다.이 대통령은 "라면값이 100원 올랐다.평소 라면을 먹지 않는 계층은 신경쓸 일이 아니지만 라면을 많이 이용하는 서민들은 크다"며 "하루 10봉지 먹으면 1000원이고,한달이면 몇만원이다.큰 타격을 준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세계경제 여건이 굉장히 어렵고 특히 세계적으로 물가가 오르고 있다.서민들을 위해서라도 물가를 잡아야 한다"고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내정자도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잘 하지 않으면 스태그플레이션이 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관련기사 A3면성장 우선 정책을 펴겠다는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MB노믹스)이 출범 초부터 물가 불안의 격랑에 휩싸이고 있다.바깥에서 밀려드는 고물가의 파도가 너무 높아 새 정부는 경제성장에 매진하기는커녕 거꾸로 물가를 잡는 데 매달려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한국은행은 최근까지만 해도 지난 1월의 소비자물가 상승률 3.9%(전년 동월 대비)가 올해 고점일 것으로 예상했으나 지금은 그 어떤 것도 속단하기 어려운 '불확실한 상황'에 빠져들고 있다고 진단했다.김재천 한국은행 조사국장은 "우리 예측과는 달리 유가가 오르고 곡물가격 등 원자재 가격도 계속 상승한다면 하반기 물가를 장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소비자물가에 시차를 두고 영향을 미치는 원자재♥중간재 가격과 수입물가는 올해 들어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원재료 및 중간재 물가 상승률은 1월 중 17.3%(전년 동월 대비)로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고 수입물가도 21.2% 올라 1998년 10월(25.6%) 이후 가장 높았다.국제유가는 북반구의 난방 수요가 많은 동절기가 거의 지나가고 있는데도 재차 배럴당 100달러(서부텍사스원유 기준)를 넘어서는 등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고 곡물은 재고 부족에다 자원민족주의 성향까지 겹치면서 폭등하고 있다.

오문석 LG경제연구원 상무는 "밀가루 가격이 오르자 과자와 라면 가격 인상이 잇따르는 등 일상생활과 관련된 제품의 가격이 오르면서 인플레 기대심리가 확산되고 있다"며 "이것으로 인해 임금 상승 요구가 커지고 물가 상승의 악순환에 빠지면 우리 경제는 내수 회복조차 기대하기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물가 불안 우려가 가시지 않는 상황에서는 경기 진작을 위한 한국은행의 정책금리 인하도 당분간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