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어느 대통령의 성공 패러독스

김병주 < 서강대 명예교수ㆍ경제학 >

대통령 취임식날 주한 미군사령관 B.B. 벨 장군은 외신(AWSJ) 인터뷰에서 북한군이 현 위치에서 언제나 서울을 목표로 포사격 공격이 가능하도록 병력 약 70%를 전진배치하고 있음을 상기시켰다.이를 아랑곳하지 않는 참여정부는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서둘렀고,인도적 차원을 구실로 보낸 쌀 일부가 군량미로 빼돌려지는 것에 눈감아 현재 진행중인 북한군 동계훈련을 가능케 하는데 기여했다.간첩 잡으라는 국가기관의 장이 표지석을 들고 올라가 평양 한 곳에 두고 왔다.국제 공인 축구시합에서조차 태극기 게양 불가를 고집하는 평양이고 보면 이것이 기념비적 성공사례라고 강변할 듯 싶다.

대통령은 취임식에서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할 것을 선서한다.그런데도 전임 대통령은 "그놈의 헌법"이라 투정하고,젊은이가 '썩는'군복무기간이라고 발설해 장병들 사기를 꺾고도 국가원수,국군통수권자로서 거뜬히 임기를 마치는데 성공했다.

자신의 당선기반인 정당을 깨고 새 둥우리로 헤쳐모이게 원격조종하는데 성공했다.자신을 지지하는 '우리'와 반대하는 '그들'사이 국론분열을 부채질하며 임기 내 줄곧 입심 자랑과 변화무쌍한 이념 놀음으로 국민이 심심할 겨를을 없애고,정치를 개그 프로 수준으로 낮추어 대통령직 권위를 격하시키는데 성공했다.청와대 비서진에 노사모 세력을 전면배치해 이들로 하여금 직업관료들을 거세시키도록 독려하고 영혼 빠진 관료들은 기용했다.측근들을 자리돌림 시키고 비리연루된 자들도 끝까지 챙겨주었다.임기 말 대사면은 통 큰 지도력과 따뜻한 동지애의 발로로서 국민의 형평한 법집행 의식을 움츠리게 만들었다.

공권력은 우롱당했다.이런 저런 이름의 시민연대,이익집단들의 불법ㆍ과잉 시위를 방치했다.시위하는 측과 대치하는 전경 측 양쪽에서 공공예산을 축냈다.기업들 불법 비자금 출처 캐기에 그토록 날카로운 칼날이 해외원정,서울원정 시위대들의 경비 출처 캐겠다고 마음먹은 적이 없었다.

소득불균형의 원죄를 기업,특히 대기업에 돌려 반기업정서 조성에 성공했다.아무리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했어도 정부에 찬밥 신세였고 대통령의 잦은 해외 여행길에 들러리였고 국제행사유치 바람잡이였다.세계경제가 성장하던 기간에도 신흥경제권 꼴찌 성장에 만족했다.참여정부의 기적 같은 돌연변이 한ㆍ미FTA의 시작은 칭찬 받아 마땅했지만,추진에는 힘을 실어주지 않고 표류시켰다.일자리와 소득 늘리기,물가안정은 이념투쟁의 제단에 희생물로 바쳐졌다.정권 나팔수 아닌 언론과는 투쟁을 벌이며 비판논객들에게 재갈 물기기에 전방위로 나섰다.그러고도 민주세력이라 자칭했다.

첫 번째 업적인 부동산정책은 무주택 서민에게 전세금 대폭인상을 선물했다.종합부동산세는 고령자 1가구1주택 보유에도 예외를 두지 않아 사실상 현대판 고려장인 동시에 장기 경제침체를 예고하는 고령화 사회의 도래를 예방할 비방(秘方)이 될 듯 싶다.노후생계 밑천을 빼앗아 그들의 경제적 수명을 단축시키면 자연히 보수진영의 기반이 함몰되는 일거양득이 되는 성공 전략인 셈이다.

전임 대통령은 고향 봉하 마을로 개선해 종부세 납부 염려없는 고대광실에 입주하는데 성공했다.혁혁한 업적을 기리는 추종세력이 환영 잔치를 벌여 위세가 여전함을 과시했다.

새 정부가 경제살리기에 성공하지 못한다면,대형비리가 재발한다면,김대업 같은 거짓 무고자를 발굴한다면 그들의 재집권 성공이 불가능하지 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