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격자'에 200만명 몰린 까닭은…

"잘 만든 영화인 것은 분명하지만 '청소년관람불가'여서 큰 흥행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지난 14일 개봉된 영화 '추격자'의 첫 시사회 반응은 부정적이었다.개봉 전까지도 주목을 받지 못했다.신인 나홍진 감독(34)의 첫 장편인 데다 배우 김윤석 역시 제대로 된 주인공을 맡기는 처음.스타 마케팅을 기대할 수도 없었고,개봉 시기조차 설 대목 뒤로 밀렸다.

그러나 신예 감독에 '조연급' 배우가 주연한 이 영화는 예상 밖의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개봉 13일 만에 200만명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몰이에 나선 것.

올해 최고 흥행작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우생순)이 15일 만에 세운 200만명 돌파 기록을 이틀이나 앞당겨 달성했다.이 영화는 개봉 첫주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점퍼'에 밀려 박스오피스 2위에 그쳤으나 둘째주에 곧바로 1위를 차지하며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번 주에도 '바보' 등 개봉작들을 누르고 맥스무비 등 주요 인터넷 예매사이트에서 예매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추격자'의 흥행 비결은 뛰어난 작품성.처음부터 연쇄살인범의 실체를 공개하고,그 뒤를 쫓는 사람이 출장안마소 사장이라는 설정부터 새롭다.하정우의 사이코 연기와 김윤석의 사실적인 연기도 관객들의 몰입을 이끈다.특히 밤 골목길에서 벌이는 추격 장면이 압권이다.각본까지 직접 쓴 나홍진 감독의 연출력도 탄탄하다.

이 때문에 충무로에서는 오랜만에 '살인의 추억'과 비견될 만큼 잘 만들어진 스릴러가 나왔다고 입을 모은다.

영화칼럼니스트 이원씨는 "'악한 사람이 더 악한 사람을 쫓는다'는 기발한 설정 등 스릴러라는 장르를 제대로 이해한 감독의 연출이 돋보인다"며 "사실감 넘치는 배우들의 연기까지 절묘한 조화를 이뤘다"고 분석했다.관객들의 정보 공유와 '입소문'도 흥행에 한 몫 했다.톱스타 전지현ㆍ황정민과 정윤철 감독을 내세운 '슈퍼맨이었던 사나이'가 설 대목 때 TV광고 등 엄청난 홍보에도 참패한 것과 달리 '추격자'는 영화 자체의 입소문만으로 흥행에 가속도를 붙이고 있다.

영화평론가 오동진씨는 "'추격자'의 감독과 배우들은 요즘 거의 당연시되는 TV 토크쇼나 오락프로그램에 한 번도 출연하지 않았다"며 "좋은 영화는 관객들이 외면하지 않는다는 진리가 또다시 입증된 것"이라고 말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