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이 와인] 쉬라즈의 기원 '라 샤펠'‥1985년産 빈티지 최고로 꼽아
입력
수정
쉬라즈(shiraz)라는 포도 품종은 호불호(好不好)가 뚜렷한 품종이다.말린 자두향 속에 은근하게 비치는 후추향 혹은 가죽향이 때로는 와인을 처음 마시는 사람들의 접근을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하지만 그 톡 쏘는 매력 덕분에 마니아가 많은 품종이기도 하다.
국내에선 쉬라즈 하면 호주산 와인을 떠올리는 경향이 있다.저렴하고 마시기 쉬운 호주산 쉬라즈로 만든 와인이 꽤 많이 들어와 있기 때문이다.사실 쉬라즈라는 이름은 BC 4000년에 세워진 이란의 도시에서 비롯됐다.이 지역의 토착 포도에 AD 2세기쯤 쉬라즈라는 이름이 붙기 시작했는데,13세기 십자군 전쟁에 참전한 프랑스의 가스파르 드 스테랑베르그라는 기사가 귀향하면서 쉬라즈 씨앗을 갖고 돌아와 프랑스 남부 론 계곡에 심었다고 한다.이 기사가 정착한 곳이 바로 북부 론 지방 최고의 와인을 생산하는 에르미타주(Hermitage). 은둔자라는 뜻의 에르미타주에서 그는 예배당(라 샤펠.La Chapelle)을 짓고 와인을 만들었다.크리스티 경매에서 1961년산이 한 병에 2000만원에 팔리며 20세기 와인의 3대 신화(나머지는 '로마네콩티'와 '페트뤼스')로 기록된 '라 샤펠'의 기원은 이렇게 시작됐다.
'라 샤펠'은 1919년 폴 자불레 가문의 소유가 되면서 전 세계 와인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기 시작했다.이 와이너리는 론 지역에서만 '라 샤펠'을 포함해 28종의 와인을 생산,론의 대명사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특히 사암동굴에 지은 와인 셀러는 미리 예약한 그룹만 관람할 수 있는,와인 마니아라면 누구나 가고 싶어하는 관광 코스이기도 하다.
1980년 이후의 '라 샤펠' 중에서 뛰어난 빈티지를 꼽으라면 1985년산을 들 수 있다.이 해에 생산된 프랑스 와인 중에서 전문가들은 론 북부,특히 에르미타주를 최고로 친다.로버트 파커는 적어도 2025년까지 이 와인이 자기의 모습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1989년과 1990년산도 애호가들의 폭발적인 수요로 경매 가격이 매년 치솟고 있다. 가격 대비 품질이 좋은 빈티지로 폴 자불레 관계자는 이달 중순 한국에서 진행했던 빈티지별 테이스팅에서 1988년산을 추천했다.그 이유는 "2차 향에서 느껴지는 은은한 꽃향기가 매력적"이라는 것.1999년산은 평론가 사이에서 가장 이견이 엇갈리는 빈티지라는 점이 흥미롭다.로버트 파커는 89점을,와인스펙테이터는 97점을 줘 상반되게 평가했다.에르미타주에서 나온 '라 샤펠'은 보통 20만원을 훌쩍 넘는다.에르미타주 앞에 '크로제(Crozes)'라는 단어가 붙은 와인은 좀 더 저렴하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국내에선 쉬라즈 하면 호주산 와인을 떠올리는 경향이 있다.저렴하고 마시기 쉬운 호주산 쉬라즈로 만든 와인이 꽤 많이 들어와 있기 때문이다.사실 쉬라즈라는 이름은 BC 4000년에 세워진 이란의 도시에서 비롯됐다.이 지역의 토착 포도에 AD 2세기쯤 쉬라즈라는 이름이 붙기 시작했는데,13세기 십자군 전쟁에 참전한 프랑스의 가스파르 드 스테랑베르그라는 기사가 귀향하면서 쉬라즈 씨앗을 갖고 돌아와 프랑스 남부 론 계곡에 심었다고 한다.이 기사가 정착한 곳이 바로 북부 론 지방 최고의 와인을 생산하는 에르미타주(Hermitage). 은둔자라는 뜻의 에르미타주에서 그는 예배당(라 샤펠.La Chapelle)을 짓고 와인을 만들었다.크리스티 경매에서 1961년산이 한 병에 2000만원에 팔리며 20세기 와인의 3대 신화(나머지는 '로마네콩티'와 '페트뤼스')로 기록된 '라 샤펠'의 기원은 이렇게 시작됐다.
'라 샤펠'은 1919년 폴 자불레 가문의 소유가 되면서 전 세계 와인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기 시작했다.이 와이너리는 론 지역에서만 '라 샤펠'을 포함해 28종의 와인을 생산,론의 대명사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특히 사암동굴에 지은 와인 셀러는 미리 예약한 그룹만 관람할 수 있는,와인 마니아라면 누구나 가고 싶어하는 관광 코스이기도 하다.
1980년 이후의 '라 샤펠' 중에서 뛰어난 빈티지를 꼽으라면 1985년산을 들 수 있다.이 해에 생산된 프랑스 와인 중에서 전문가들은 론 북부,특히 에르미타주를 최고로 친다.로버트 파커는 적어도 2025년까지 이 와인이 자기의 모습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1989년과 1990년산도 애호가들의 폭발적인 수요로 경매 가격이 매년 치솟고 있다. 가격 대비 품질이 좋은 빈티지로 폴 자불레 관계자는 이달 중순 한국에서 진행했던 빈티지별 테이스팅에서 1988년산을 추천했다.그 이유는 "2차 향에서 느껴지는 은은한 꽃향기가 매력적"이라는 것.1999년산은 평론가 사이에서 가장 이견이 엇갈리는 빈티지라는 점이 흥미롭다.로버트 파커는 89점을,와인스펙테이터는 97점을 줘 상반되게 평가했다.에르미타주에서 나온 '라 샤펠'은 보통 20만원을 훌쩍 넘는다.에르미타주 앞에 '크로제(Crozes)'라는 단어가 붙은 와인은 좀 더 저렴하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