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내 '땅도사'들이 꼽는 최고의 점포 자리ㆍ집 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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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뭐니 뭐니 해도 입지다.집을 구하든 창업을 위한 점포를 선택하든 뜰 만한 곳을 골라야 한다는 얘기다.하지만 현실은 그리 호락하지 않다.명당이라 생각했다가도 어찌 보면 거품이 낀 것 같고 '여긴 아니다' 싶다가도 다시 생각하면 발전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 지역이 적지 않다.
이런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땅 보고 상권 분석하는 게 일인 은행 점포 개설 담당자 3명을 모았다.이들은 모두 3년 이상 은행 점포 신설 지역을 물색하기 위해 어느 누구보다 발품을 많이 팔면서 부동산에 대해 연구해온 '땅도사'들이다.◆은행 지점으로 본 좋은 동네
흔히 지하철역 주변에 은행 지점이 즐비하다면 괜찮은 동네로 판단한다.반대로 역세권에 지점이 별로 없다면 '이 지역은 아니올시다'라고 생각하게 마련이다.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김용호 우리은행 채널관리부 부부장은 "유동인구가 넘쳐나는 역세권에 지점 수가 많은 곳보다 역세권 근처 이면도로에 지점 수가 많은 곳이 더 좋은 지역"이라고 말했다.김 부부장은 그 이유에 대해 "교통이 상대적으로 좋지 않은 이면도로에 지점을 세워도 영업이 될 정도라면 정말 돈 많은 고객들이 많은 동네라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창업을 할 때도 단순히 유동인구 수만 따질 게 아니라 돈이 될 손님들을 여럿 확보할 수 있는 곳을 선택해야 한다는 말과 맥락을 같이 한다.
또 은행 지점이 1층보다 2층에 많은 곳도 눈여겨봐야 할 지역이다.유상훈 국민은행 채널기획부 팀장은 "은행들은 1층에 입점하고 싶어 하지만 임대료가 비쌀 때 2층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며 "따라서 은행 지점이 2층에 몰려 있다면 1층 임대료가 다른 지역보다 비싼 동네일 경우가 많다"고 강조했다.
은행 점포 전문가들은 은행 창구의 레이아웃만 봐도 그 지역의 경제력을 가늠할 수 있다고 전한다.고객들이 주로 서서 수시입출금 업무를 처리하는 빠른 창구 비율이 많은 곳보다 앉아서 펀드나 보험 가입 같은 상담 업무를 보는 낮은 창구가 많다면 좋은 동네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이들의 공통된 의견이다.◆은행 지점의 극과 극
은행들이 지점을 내고 싶어하는 곳과 지점 개설을 기피하는 지역은 정해져 있다.우선 은행들이 가장 좋아하는 곳은 출근길과 접해 있는 지역.김용호 부부장은 "주유소는 대부분 사람들의 퇴근길 방향에 위치하지만 은행은 용무를 보러 가기 전에 들르는 경우가 많아 퇴근길보다는 출근길에 위치해야 이익"이라고 설명했다.김 부부장은 또 출근길이면서 작은 이면도로가 대로와 만나는 모퉁이 지점을 최고의 명당자리로 꼽았다.
노재운 하나은행 채널기획부 차장도 '대로 예찬론'을 폈다.노 차장은 "대부분의 상권은 부침을 겪게 되지만 큰 길 주변에 있으면 상당기간 흑자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그는 "왕복 6차로 대로 양쪽으로 상가가 활성화된 지역이 창업을 하거나 투자하기 괜찮은 구역"이라고 판단했다.은행들은 또 대로에 있는 횡단보도 주변을 선호한다.유동인구가 많아서다.사람들의 눈에 잘 띄는 지역이라 광고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은행들이 절대 지점을 내지 않는 곳도 있다.바로 언덕이다.경사진 지역에 머물지 않으려는 게 인지상정이기 때문이다.고객들은 경사진 지역을 거쳐가는 곳으로만 생각하지 머무는 장소로 이용하지 않는다.언덕 중간에 대단지 아파트가 있는 지역과 대단지는 없지만 언덕 아래의 평범한 지역이 있다면 은행들은 대부분 후자 쪽에 더 높은 점수를 준다.
◆창업 희망자들에게 하고픈 말은
주요 창업지역 중 하나인 단지내 상가에 대해선 신중히 판단할 것을 조언하고 있다."2000가구 이상이 확보된 상가 지역에서 창업해야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김용호 부부장)는 게 그 이유다.
또 창업자들에게 우선 자기 상황을 먼저 객관적으로 파악하라고 강조한다.주위에서 아무리 점포 위치가 좋다고 해도 본인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와 공략하려는 고객층을 정하지 않으면 헛물 켜기 십상이라는 얘기다.
노재운 차장은 "자신감이 생길 때까지 본인이 직접 발품을 파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고 유상훈 팀장도 "남의 얘기보다는 직접 현장조사를 통해 옥석을 가려야 한다"고 말했다.유 팀장은 또 창업자들이 가장 중시해야 할 사항으로 경쟁 업체의 출현을 들었다.그는 "창업 초기에 성공했다 하더라도 항상 다른 경쟁 업체가 출현할 것에 대비해 영업 전략을 짜야 한다"고 지적했다.
◆주택 구입자에게도 한 마디
주택을 구입할 만한 지역으로는 환금성이 좋은 역세권과 경부고속도로 주변을 가장 많이 권했다.유 팀장은 "역세권의 경우 경기 변동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며 "특히 향후 새로 놓이는 전철을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당장 내년에 서울지하철 9호선 1단계 구간과 인천지하철 1호선 연장선,경의선 복선전철 1단계 구간,경춘선 복선전철,중앙선 복선전철 등이 운행에 들어간다.2010년에는 서울지하철 7호선 연장선과 분당선 연장선,신분당선 등의 개통이 예정돼 있다.향후 2년 동안 모두 8개 노선이 수도권에 새로 들어서는 셈이다.노 차장은 경부고속도로 주변에 관심을 가지라고 조언했다.구체적으로 송파신도시나 용인 흥덕지구 등에 적극적으로 청약을 하라고 했다.하지만 결국 주택을 구입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본인의 만족도라는 데 세 사람 간 이견이 없었다.유 팀장은 "집은 '사는(Buy) 것'이 아니라 '사는(Live) 곳'이기 때문에 본인이 가장 행복하다고 느끼는 지역을 선택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
이런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땅 보고 상권 분석하는 게 일인 은행 점포 개설 담당자 3명을 모았다.이들은 모두 3년 이상 은행 점포 신설 지역을 물색하기 위해 어느 누구보다 발품을 많이 팔면서 부동산에 대해 연구해온 '땅도사'들이다.◆은행 지점으로 본 좋은 동네
흔히 지하철역 주변에 은행 지점이 즐비하다면 괜찮은 동네로 판단한다.반대로 역세권에 지점이 별로 없다면 '이 지역은 아니올시다'라고 생각하게 마련이다.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김용호 우리은행 채널관리부 부부장은 "유동인구가 넘쳐나는 역세권에 지점 수가 많은 곳보다 역세권 근처 이면도로에 지점 수가 많은 곳이 더 좋은 지역"이라고 말했다.김 부부장은 그 이유에 대해 "교통이 상대적으로 좋지 않은 이면도로에 지점을 세워도 영업이 될 정도라면 정말 돈 많은 고객들이 많은 동네라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창업을 할 때도 단순히 유동인구 수만 따질 게 아니라 돈이 될 손님들을 여럿 확보할 수 있는 곳을 선택해야 한다는 말과 맥락을 같이 한다.
또 은행 지점이 1층보다 2층에 많은 곳도 눈여겨봐야 할 지역이다.유상훈 국민은행 채널기획부 팀장은 "은행들은 1층에 입점하고 싶어 하지만 임대료가 비쌀 때 2층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며 "따라서 은행 지점이 2층에 몰려 있다면 1층 임대료가 다른 지역보다 비싼 동네일 경우가 많다"고 강조했다.
은행 점포 전문가들은 은행 창구의 레이아웃만 봐도 그 지역의 경제력을 가늠할 수 있다고 전한다.고객들이 주로 서서 수시입출금 업무를 처리하는 빠른 창구 비율이 많은 곳보다 앉아서 펀드나 보험 가입 같은 상담 업무를 보는 낮은 창구가 많다면 좋은 동네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이들의 공통된 의견이다.◆은행 지점의 극과 극
은행들이 지점을 내고 싶어하는 곳과 지점 개설을 기피하는 지역은 정해져 있다.우선 은행들이 가장 좋아하는 곳은 출근길과 접해 있는 지역.김용호 부부장은 "주유소는 대부분 사람들의 퇴근길 방향에 위치하지만 은행은 용무를 보러 가기 전에 들르는 경우가 많아 퇴근길보다는 출근길에 위치해야 이익"이라고 설명했다.김 부부장은 또 출근길이면서 작은 이면도로가 대로와 만나는 모퉁이 지점을 최고의 명당자리로 꼽았다.
노재운 하나은행 채널기획부 차장도 '대로 예찬론'을 폈다.노 차장은 "대부분의 상권은 부침을 겪게 되지만 큰 길 주변에 있으면 상당기간 흑자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그는 "왕복 6차로 대로 양쪽으로 상가가 활성화된 지역이 창업을 하거나 투자하기 괜찮은 구역"이라고 판단했다.은행들은 또 대로에 있는 횡단보도 주변을 선호한다.유동인구가 많아서다.사람들의 눈에 잘 띄는 지역이라 광고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은행들이 절대 지점을 내지 않는 곳도 있다.바로 언덕이다.경사진 지역에 머물지 않으려는 게 인지상정이기 때문이다.고객들은 경사진 지역을 거쳐가는 곳으로만 생각하지 머무는 장소로 이용하지 않는다.언덕 중간에 대단지 아파트가 있는 지역과 대단지는 없지만 언덕 아래의 평범한 지역이 있다면 은행들은 대부분 후자 쪽에 더 높은 점수를 준다.
◆창업 희망자들에게 하고픈 말은
주요 창업지역 중 하나인 단지내 상가에 대해선 신중히 판단할 것을 조언하고 있다."2000가구 이상이 확보된 상가 지역에서 창업해야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김용호 부부장)는 게 그 이유다.
또 창업자들에게 우선 자기 상황을 먼저 객관적으로 파악하라고 강조한다.주위에서 아무리 점포 위치가 좋다고 해도 본인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와 공략하려는 고객층을 정하지 않으면 헛물 켜기 십상이라는 얘기다.
노재운 차장은 "자신감이 생길 때까지 본인이 직접 발품을 파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고 유상훈 팀장도 "남의 얘기보다는 직접 현장조사를 통해 옥석을 가려야 한다"고 말했다.유 팀장은 또 창업자들이 가장 중시해야 할 사항으로 경쟁 업체의 출현을 들었다.그는 "창업 초기에 성공했다 하더라도 항상 다른 경쟁 업체가 출현할 것에 대비해 영업 전략을 짜야 한다"고 지적했다.
◆주택 구입자에게도 한 마디
주택을 구입할 만한 지역으로는 환금성이 좋은 역세권과 경부고속도로 주변을 가장 많이 권했다.유 팀장은 "역세권의 경우 경기 변동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며 "특히 향후 새로 놓이는 전철을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당장 내년에 서울지하철 9호선 1단계 구간과 인천지하철 1호선 연장선,경의선 복선전철 1단계 구간,경춘선 복선전철,중앙선 복선전철 등이 운행에 들어간다.2010년에는 서울지하철 7호선 연장선과 분당선 연장선,신분당선 등의 개통이 예정돼 있다.향후 2년 동안 모두 8개 노선이 수도권에 새로 들어서는 셈이다.노 차장은 경부고속도로 주변에 관심을 가지라고 조언했다.구체적으로 송파신도시나 용인 흥덕지구 등에 적극적으로 청약을 하라고 했다.하지만 결국 주택을 구입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본인의 만족도라는 데 세 사람 간 이견이 없었다.유 팀장은 "집은 '사는(Buy) 것'이 아니라 '사는(Live) 곳'이기 때문에 본인이 가장 행복하다고 느끼는 지역을 선택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