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산업활동] 투자부진 심각 … 경기 앞으로가 문제

국내 경기가 고유가와 물가 급등,국제 금융시장 불안 등 대외 악재의 '먹구름' 속에서도 상승 흐름을 이어가며 '순항'하고 있다.다만 투자 부진이 심각해 앞으로도 경기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장담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통계청이 4일 발표한 '1월 산업활동 동향'을 보면 제조업과 서비스업 모두 생산 증가세가 여전하다.한때 부진했던 소비도 다소 회복됐다.어려운 대외 여건 속에서도 실물 경기 상승세가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광공업(제조업 광업 전기ㆍ가스업) 생산은 전년 동월 대비 11.8% 증가했다.전달(9.6%)보다 증가폭을 늘리면서 두 자릿수로 높아졌다.전월 대비로도 2.5% 증가해 12월 -0.2%에서 한 달 만에 상승 반전했다.반도체 및 부품(45.1%) 자동차(11.0%) 영상음향통신(8.5%) 등의 생산호조 영향이 컸다.제품 출하량 증가세(전년 동월 대비 10.1%)가 재고 증가(7.1%)보다 빨라 출하ㆍ재고 순환으로도 경기 상승 국면임이 확인됐다.

서비스업 부가가치 생산 역시 금융ㆍ보험,보건사회복지사업,운수업 등의 호조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7.7% 증가했다.소비재판매는 신차 출시 효과 등의 영향으로 전년 동월 대비 4.7% 늘었고,전월 대비로는 2.5% 증가율을 기록해 작년 11월(-0.3%)과 12월(-1.8%) 이후 3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현재의 경기를 보여주는 기술적 지표인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 대비 0.4포인트 상승,두 달째 증가세를 이어갔다.반면 설비투자는 작년 같은 달보다 0.9% 줄었다.제조업 평균가동률이 82.1%로 전월 대비 1.1%포인트 올랐는데도 기업들이 향후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인해 신규 투자를 꺼리고 있다는 얘기다.건설 경기의 선행지표인 건설수주액도 전년 동월 대비 13.1% 감소해 향후 경기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향후 경기국면을 예고해주는 선행지수 전년 동월비는 건설수주액 종합주가지수 순상품교역조건 등 5개 지표가 감소함에 따라 전달에 비해 1.1%포인트 하락해 2003년 4월 이후 4년9개월 만에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이날 한국은행은 1월 산업활동동향에서 경기 선행지수가 하락한 것은 심리지표의 영향이 크게 작용했기 때문인 것으로 평가했다.한은 관계자는 "경기동행지수는 의외로 높은 상승폭을 나타낸 반면 경기선행지수는 예상보다 낙폭이 컸다"며 "고유가와 물가급등에 따른 경제주체들의 심리적인 위축감이 투자 부진으로 이어지고 이것이 기술적 지표에까지 반영됐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를 바꿔 말하면 경제 주체들의 심리가 개선되면 선행지표도 함께 나아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어서 6일 통계청이 발표하는 2월 소비자전망 조사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태성 통계청 경제통계국장은 "동행지수는 아직 괜찮게 나오고 있지만 향후 경기를 예고하는 선행지수가 전달 0.2%포인트 하락한 데 이어 1월에는 낙폭이 더 커졌다"며 "하지만 경기가 본격적인 하강 국면으로 갈 것인지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