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中전인대 화두는 민생

현재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리고 있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 취재등록을 한 외국 기자는 1000여명에 육박한다.

얼핏 봐도 작년보다 서양 기자들이 훨씬 많아졌다.국제 사회에서 중국의 위상이 높아진 것을 반영한 것일 게다.

중국이 세계의 리더가 됐음은 여기서도 실감하게 된다.

하지만 정작 중국의 민초들은 전인대에 별 관심이 없는 것 같다.베이징에서 만난 한 택시 기사는 "전인대는 높은 사람들이 모여 하는 회의로 우리와는 상관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누가 후 주석의 후계자가 될 것이냐가 아니라 돼지고기 값이 또 오를 것이냐는 질문에 훨씬 열심히 대답했다.

이번 중국 전인대의 최대 화두는 물가다.다시 말하면 민생이 가장 큰 이슈다.

원자바오 총리는 정부 업무보고를 통해 "물가잡기가 최우선의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곡물 수출을 전면 중단하고 국민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교육 의료서비스 등을 진흥시키겠다는 정책도 제시했다.그러나 이 같은 발언이 국민들에게 큰 감동을 주지 못하는 것은 전인대가 '그들만의 행사'가 되고 있기 때문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올해 물가라는 항목이 추가됐지만 작년에도 민생은 전인대의 가장 큰 의제였다.

지난 7일 전국으로 생중계된 기자회견에서 경제부처의 주요 장관들은 그동안의 정책을 옹호하고 치적을 홍보하기에 바빴다.

성별로 진행되고 있는 지역별 보고대회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지난 1년간 먹거리 값이 두세 배 뛰면서 고통스러워하고 있는 국민들이 기대했던 속 시원한 답은 나오지 않았다.

전인대 개최에 따른 도로 통제로 야기된 교통 체증에 대해 국민들에게 이해를 구하는 얘기도 한마디 없었다.

형식이 내용을 압도하고 있고,이게 바로 민초들과의 거리를 더 멀어지게 했다.

중국의 상황은 바다 건너 한국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

자고 나면 오르는 물가 때문에 놀라는 것은 중국이나 한국 국민이나 매한가지다.

한국 정치권에선 요즘 누구에게 국회의원 공천을 줄 수 있네 없네,누가 떡값을 받았네 안 받았네 하는 입씨름이 한창이다.국민들의 마음을 읽고 아픔도 만져주는 감동의 정치가 한국이나 중국 모두에 필요한 시점이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