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2일자) 급격한 환율상승, 물가는 어쩌나

원화가 예상밖의 약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어제 외환시장에서 원ㆍ달러 환율은 한때 달러당 980원대까지 치솟으며 2년여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당분간 이런 추세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고 보면 과도한 원화약세가 경제 회복의 또 다른 걸림돌이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를 갖게 한다.

물론 원화약세는 우리 기업들의 가격경쟁력을 향상시켜 수출 확대에 도움을 주는 효과가 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특히 최근 경상수지(經常收支)가 대폭적인 적자를 기록하고 있고,정부의 올 경제운용계획에서도 70억달러에 이르는 적자를 예상하고 있는 만큼 환율상승은 오히려 바람직한 측면조차 없지가 않다.하지만 요즘 경제 상황을 보면 지나친 원화 약세는 부정적 측면이 더 클 수도 있다는 우려를 갖게 한다.

환율상승은 곧 수입물가와 생산자물가 상승을 유발하고 다소 시차를 두면서 소비자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그렇지 않아도 지금 우리 물가는 국제 원자재 및 곡물 가격 상승 영향으로 불안하기 짝이 없다.지난달 생산자물가는 7%나 급등했고 소비자물가 역시 3.6%나 오른 실정이다.

수출기업 입장에서도 환율상승은 생산비용 증가로 연결되는 만큼 달갑기만 한 것은 아니다.

최근의 원자재 가격 급등세를 감안할 때 원가상승 부담이 환율상승 효과를 웃도는 기업이 즐비한 상황이어서 더욱 그렇다.특히 유로 엔 등 주요 통화가 달러화에 대해 일제히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유독 원화만 약세를 나타내고 있어 상대적 원가 상승 부담이 한층 더하다.

최근의 환율상승은 정부로서도 어쩔 수 없는 측면이 큰 게 사실이다.

경상수지 적자와 외국인의 국내 주식 매도 등이 직접적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탓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손을 놓고 있는다면 성장은 정체되고 물가만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져들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한다.따라서 정부는 외환시장 동향을 예의주시하면서 경상수지와 성장률을 적절히 관리하는 등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 나가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특히 원화 약세가 지나친 물가앙등으로 연결되는 것을 적극 차단해 가뜩이나 힘든 국민 생활형편이 더욱 곤궁해지지 않도록 만전(萬全)을 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