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 "10년후를 생각하면…" 장기고객 확보 경쟁

은행들이 장기적으로 거래할 미래 핵심 고객 잡기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월급통장이나 신용카드 결제계좌,젊은층을 유치하기 위한 쟁탈전이다.정기예금이나 대출,펀드,방카슈랑스 등 각종 은행 거래의 기본이 월급통장이나 결제계좌 등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지금 고객 기반을 확고히 하지 못하면 5∼10년 뒤 경쟁 대오에서 낙오할 것이란 위기감마저 돌고 있다.

은행들은 주거래를 옮겨 오는 고객에 대해선 금리를 대폭 높여주고 대출금리를 깎아주는 등의 출혈경쟁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

11일 금융계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고금리 보통예금 상품인 '아이플랜 급여통장'의 금리를 오는 17일부터 1%포인트 인상,최고 연 5%를 적용키로 했다.기업은행 관계자는 "현재 금융감독원에 약관 심사를 신청해 놓은 상태이며 이번주 중 승인을 받으면 17일부터 시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기업은행은 현재 '아이플랜 급여통장' 가입자에게 일정 기준을 초과하는 금액에 대해선 연 3∼4%의 금리를 지급하고 있다.

하지만 17일부터는 기준 초과 금액에 대해 연 4∼5%의 금리를 주겠다는 얘기다.예를 들어 기준 금액을 1000만원이라고 설정한 고객의 잔액이 1500만원이라면 500만원에 대해 연 5%의 금리가 매일 지급되며,기준 금액을 300만원으로 정하고 급여이체를 하는 고객은 100만원을 초과하는 금액에 대해 연 4%의 금리를 매일 제공받게 된다.

이와 관련,윤용로 기업은행장은 "민영화에 대비해 시중은행과 경쟁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려면 핵심예금(보통예금)의 증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우리은행은 기업은행 '아이플랜 급여통장'과 성격이 같은 'AMA 전자통장'의 금리를 올해 초 올린 바 있다.지난해 말까지는 100만원을 초과하는 금액에 대해 기간별로 연 4.0∼4.8%의 금리를 제공했으나 올 1월7일부터는 연 4.0∼5.3%로 인상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AMA 전자통장은 급여이체 고객만 가입할 수 있다"며 "급여이체 고객을 핵심 고객으로 보고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고 전했다.

신한은행은 신한카드(옛 LG카드) 고객의 결제계좌를 신한은행으로 유치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지난해 4월부터 캠페인을 벌이고 있으며 신용카드 결제계좌를 신한은행으로 옮기고 예금에 가입할 경우 최고 0.4%포인트의 금리를 얹어주고 있다.

대출 쪽에서 금리를 깎아주는 것은 물론이며 각종 수수료도 면제해 주거나 우대해 주고 있다.

올해 결제계좌 유치 목표는 220만좌로 잡아놓고 있다.

국민은행은 미래 핵심 고객을 젊은층으로 잡고 역발상 상품을 내놓았다.

만 18∼32세의 대학생이나 사회 초년병이 'KB스타트 통장'에 가입하면 100만원까지는 연 4%의 금리를 주되,100만원을 초과하는 금액에 대해선 연 0.1%밖에 주지 않는다.

국민은행은 대학생이나 사회 생활을 시작하는 초년생들의 경우 예금할 수 있는 여유가 많지 않은 만큼 이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이 은행 관계자는 "지금 당장은 은행 수익에 도움이 되지 않거나 오히려 역마진이 난다고 하더라도 고객을 확보해 놓는 장기적 관점에서 상품을 만들었다"고 말했다.국민은행은 지난 1월21일 이 상품을 내놓은 지 50일 만인 11일 현재 26만명의 고객을 모았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