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테마섹' 왜 만드나] 22개 공기업 관리…亞 등에 공격적 투자

싱가포르의 테마섹 홀딩스(Temasek Holdings)는 1974년 싱가포르 재무부가 정부 출자회사를 관리하기 위해 만든 지주회사로 싱가포르 정부가 100% 출자했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1600억싱가포르달러(약 100조원)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설립 당시 2억3300만싱가포르달러에서 33년 만에 크게 증가했다.

이 기간 연평균 18%의 수익을 올렸고 100% 주주인 싱가포르 재무부에 매년 약 17%씩 배당을 했다.

테마섹은 9명으로 구성된 독립적인 이사회를 운영하고 있으며 권한을 넘어서는 투자 결정에 대해서는 싱가포르 재무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투자 대상은 싱가포르 경제 변혁과 관련된 산업,중산층의 성장에 기여할 수 있는 산업,잠재적으로 경쟁력이 높아질 수 있는 기업,업계 1위가 될 수 있는 기업 등으로 투자에 정책적인 목적이 고려되기도 한다.

테마섹의 최고경영자(CEO)는 리셴륭 총리의 부인이며,리콴유 전 총리의 며느리인 호칭이다.

이사회 의장은 문화부 상공부 등 5개 장관직을 겸하고 있는 수피아 다나발란 회장이다.초기에는 공기업 지분만 보유했지만 이후 영역을 확장했다.

싱가포르텔레콤 싱가포르항공 케펠코퍼레이션 등 싱가포르의 22개 대형 공기업을 관리한다.

이들 회사는 다시 자회사 및 관계사를 두고 있어 테마섹이 영향력을 미치는 기업은 수천개에 이른다.선박 제조 반도체에서 동물원 사업까지 손대지 않는 분야가 없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테마섹이 직접 투자해 증시에 상장된 회사들은 싱가포르 증시 시가총액의 4분의 1가량을 점하고 있다.

해외 투자에도 적극적이어서 미국 유럽 중국 인도 한국 대만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에 투자하고 있다.

지역별 투자 비중은 작년 3월 말 현재 싱가포르가 38%로 가장 높다.

이어 중국 대만 한국 등 북아시아 24%,한국을 제외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20%,아세안 국가 12% 등이다.

특히 최근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로 큰 손실을 본 씨티그룹 메릴린치 UBS 등 월가의 투자은행(IB)에도 수십억달러를 투자해놓고 있다.

한국의 국부펀드인 한국투자공사(KIC)가 최근 20억달러를 투자해 화제를 모은 메릴린치의 경우 테마섹은 44억달러를 투자해놓고 있다.

테마섹은 또 스탠다드차타드은행(SC)의 최대주주(19%)이기도 하다.

투자 방식은 기업에 직접 지분을 투자하거나 지주회사 또는 펀드를 자회사로 설립하는 방식를 취하고 있다.

직접 지분 투자는 대규모 지분을 투자해 경영권을 가진 곳과 소규모 지분으로 투자만 목적으로 하는 곳을 나눠 관리하며 금융 부문은 금융지주회사로 따로 묶어 관리한다.싱가포르는 정부 투자회사로 테마섹과 '싱가포르투자청'(GIC)을 운영하고 있는데 두 곳은 어느 정도 역할 분담이 돼 있다.

정재형 기자 j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