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헤리티지 마케팅' 뜬다

170년 역사 티파니, 한국서 첫 전시회

루이비통 등 박물관. 히스토리 북까지100년 이상 역사와 전통을 지닌 명품 브랜드들의 '헤리티지 마케팅'(heritage marketing)이 눈길을 끌고 있다.

헤리티지 마케팅이란 브랜드의 전통.역사를 담은 히스토리 북이나 박물관,전시회 등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브랜드 가치와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전략이다.

쏟아져 나오는 신흥 명품 브랜드와는 차원이 다르다는 표현인 셈이다.이런 경향은 프랑스의 루이비통 여행박물관,이탈리아의 살바토레 페라가모 박물관 등 패션 명품 브랜드를 비롯 보석.자동차.주류 명품에 이르기까지 유럽에선 상당히 보편화돼 있다.

세계 유수 명품업체들은 최근 수년 사이 한국이 성장성 높은 유망시장으로 떠오름에 따라 국내에서 명품 전시회를 여는 등 헤리티지 마케팅에 적극 나서고 있다.

미국의 보석 명품 브랜드 티파니는 오는 28일부터 6월8일까지 예술의 전당에서 보석 전시전을 개최한다.까르띠에도 4월22일부터 덕수궁 미술관에서 보석 시계 등 회사 소장품 전시회를 연다.

170년 역사를 자랑하는 티파니는 브랜드 가치를 과시하기 위해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약 200점의 보석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회는 런던,도쿄에 이어 세 번째이다.업계 관계자는 "값비싼 보석들을 들여와 전시회를 열려면 막대한 비용이 들기 때문에 어느 정도 시장이 형성돼 있지 않은 곳에선 불가능한데,그만큼 한국 명품시장을 높게 평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역사 속에 회자될 만한 브랜드 에피소드 등을 담은 히스토리 북을 발간하는 것도 헤리티지 마케팅의 수단이다.

티파니,크리스찬 디올,루이비통,불가리 등 명품 브랜드의 국내 매장에선 이런 히스토리 북을 쉽게 접할 수 있다.

특히 덴마크 가전 명품 브랜드 뱅앤올룹슨은 창간 80주년(2005년)을 기념해 발간한 히스토리북(10만원대)을 국내 매장에서 판매하고 있다.

뱅앤올룹슨 고객 김준수씨(35)는 "평소에도 좋아했지만 히스토리 북을 통해 뱅앤올룹슨만이 가진 역사.철학을 접하게 되니 브랜드에 더욱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오용현 뱅앤올룹슨 팀장은 "요즘 소비자들은 자신이 구매하는 명품에 대해 단순한 상품정보뿐 아니라 그 상품에 담긴 역사와 철학까지도 알고 싶어한다"고 설명했다.

헤리티지 마케팅은 고가 수입 브랜드들이 쏟아질수록 차별화된 브랜드 가치를 소비자들에게 각인시키는 데 중점을 둔다.

국내에도 신흥 명품 브랜드들이 범람하면서 '명품에 대한 기준이 무엇이냐'는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따라서 명품업체들은 단순히 비싼 가격,고급 품질을 내세우기보다는 장인정신이나 희소성,브랜드 철학 등을 널리 알려 이미지를 강화하는 데 승부를 걸고 있다는 분석이다.프랑스 패션 명품 브랜드 샤넬이 올 들어 홍콩.도쿄 등 세계 7대 도시를 돌며 500여개 조각으로 지은 조립식 박물관 '모바일 아트(Mobile Art)'를 선보인 것도 이런 맥락이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